지난 12월17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 광명역사를 찾았다. 과연 고속철이 시속 3백km로 달릴 수 있을까. 호기심까지 생겼다. 고속열차는 오전 11시20분 미끄러지듯이 광명역사를 벗어나 6분 만에 시속 3백km를 돌파했다. 승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과연 '레일 위의 비행기'라는 말이 실감났다. 최견 고속철도공단 기획처장은 "할머니가 열차 호실을 잘못 알고 타면 제자리 찾다가 천안에 도착한다"며 "비싼 요금 내고 입석탄 꼴이 될 수도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과천청사에서 버스를 타고 안양을 거쳐 광명역으로 가는 데 30여분 걸렸다. 중간에 신호등이 많았다. 서다 가다를 반복한 끝에 광명역사에 도착했다. 덩그러니 서 있는 역사 주변은 개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사로 들어가니 고속열차 KTX 14호(국산 2호차)가 정차해 있었다. 1편성에 9백35명을 태울 수 있는 길이 3백88m의 고속열차는 육중하면서도 날렵한 모습을 한 채 다소곳이 시승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3호차 특실에 앉았다. 최 기획처장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천안까지는 얼마 걸립니까." "정확히 17분인데 20분 잡으면 됩니다." "거리가 얼만데 17분에 갈 수 있습니까." "74km인데 시속 3백km로 달리면 넉넉잡아 20분이면 도착합니다." 잠깐 대화를 나누는 사이 기차는 언제 출발했는지 이미 광명역사를 벗어나 터널로 진입하고 있었다. 흔들림이 거의 없어 미처 움직임을 감지할 새도 없었던 것이다. 차창 밖 스쳐 지나가는 겨울풍경을 통해 기차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열차는 출발한 지 2분 만에 첫 터널인 일직터널을 통과했다. 3분 만에 1백70km,4분 만에 2백km,6분 만에 3백km에 도달했다. 덜컹거리는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이 내달렸다. 객실에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최 처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광명∼천안 구간 중 평택평야를 지날 때 시야가 가장 좋다"며 "이 구간은 다리 위로 달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차는 앞뒤 2량의 기관차와 18개의 객실로 이뤄졌다. 앞쪽 4개 객실은 특실이고 나머지는 일반실이다. 특실은 좌석배치가 한쪽은 2명 다른쪽은 1명,일반실은 좌우 2명씩 앉도록 되어 있다. 객실에는 전화기,팩시밀리,간이탁자가 있어 간단한 업무도 볼 수 있다. 고속열차의 폭은 새마을호보다 30cm 정도 좁다. 최 처장은 "시속 3백km로 달리기 위해서는 날렵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프랑스의 TGV와 같다"고 말했다. 잠깐 대화하는 사이에 천안·아산역에 도착했다. 광명을 출발한 지 불과 20분 만이다. 서울∼천안간 새마을호는 57분 걸리지만 고속열차는 34분이면 가능하다. 천안·아산역사도 아직은 건물만 들어선 상태였다. 주변 80만평의 배후도시는 곧 개발될 예정이다. 열차는 이내 광명역으로 다시 출발했다. 특실은 의자를 회전할 수 있지만 일반실은 회전이 안 돼 진행방향을 등지고 앉아야 한다. 최 처장은 "일반실 의자를 회전시키도록 설계할 경우 지금에 비해 20% 정도(약 2백명)의 승객을 태울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형 고속열차는 의자회전이 가능하며 열차도 10량,20량씩 분리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