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에서 발견된 광우병은 치명적이어서 듣기만 해도 겁이 난다. 식용인 쇠고기뿐만 아니라 소 태반과 연골 등을 재료로 만든다는 수입화장품,마가린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하니 모두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국내엔 아직 광우병 감염 사례는 없지만 수입쇠고기의 태반이 미국산이어서 공포감이 더욱 증폭되는 것 같다. 이제 광우병은 미국과 캐나다 간의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 세계 30여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미국은 문제의 홀스타인 젖소가 캐나다에서 수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캐나다측은 즉각 성급한 결론이라고 반박하고 나서 양국간의 광우병 소 원산지 논쟁은 당분간 가열될 전망이다. 만일 광우병 감염 젖소가 캐나다에서 들여온 것으로 확인되면 미국땅에 광우병이 없는 것으로 인정돼 수출시장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대선전략에도 광우병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 방한하는 미 농무부의 특사도 광우병 소가 캐나다산으로 밝혀지면 수입금지조치를 당장 철회하고 아울러 이미 선적된 물량에 대해서도 통관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은 소의 뇌가 해면(스펀지)처럼 변한다고 해서 우해면양뇌증(BSE)이라고 하는데 원인은 확실치 않다. 다만 이질 등에 감염된 동물의 사체를 사료로 먹였을 때 발병한다는 정도만을 짐작할 따름이다. 광우병은 뇌를 구성하는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이 변형돼 나타나는 현상인데 변형 프리온은 압력솥에서 끓여도 살아 남아 조리과정에서 이를 없애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쇠고기 통관절차가 소홀한 우리나라에서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공포가 쉽게 가셔질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은 도살되는 모든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다고 하는데 우리 식탁의 안전을 위해서도 미국에 대해 이를 요구할 권리는 있다고 본다. 광우병의 여파로 풀을 먹여 키우는 한우까지도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