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7대 총선을 3개월여 앞둔 가운데 총선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이 29일 마침내 폭발했다. 이날 한나라당은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의 `5.6공 인적청산' 주장 파문에다가 공천자료로 활용되는 당무감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고 공천심사위 구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당내 갈등이 한꺼번에 분출,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당내 일부에선 `5.6공 청산 발언'과 당무감사 결과 언론보도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데 대해 `공천 물갈이'를 위한 당 지도부의 외곽때리기일 가능성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문책 요구 주장도 터져나왔다. 이재오 총장은 "당무감사는 보조적인 것으로 여론조사, 의정활동, 당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 "5.6공 청산 발언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며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부심했으나 흥분한 의원들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파열음은 제일 먼저 상임운영위에서 `5.6공 청산' 발언과 관련해 터져나왔다. 5공시절 치안본부장과 안기부(현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이해구(李海龜) 의원은 "지난 10년간 국민적 아픔을 겪으며 5.6공 청산과정을 거쳐왔고, 지금의 시대정신은 갈등과 분열을 이만 끝내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이라면서 "핵심당직자가 총선 국면에 이렇게 인위적 청산을 하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근혜(朴槿惠) 의원도 "당 개혁과 공천의 기준이 개인이나 사람을 기준으로 평가해야지, 시대를 기준으로 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거들었고, 신경식(辛卿植) 의원은 "야당이 여당보다 앞서 공천문제를 꺼내 당내 분란을 일으키고 당을 시끄럽게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당 지도부를 공격했다. 이에 대한 반격도 이어졌다. 소장파인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중요한 것은 부정부패 부정적 이미지와 과거 과오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당의 중심세력을 교체해서 깨끗하고 능력있고, 개혁적이고 애국심을 갖춘 인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걸림돌이 된다면 대표, 상임운영위원, 소장파, 당 지도부 누구라도 물갈이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그동안 국가중추가 돼왔다고 믿던 보수정치세력이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해 부패한 사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고, 민주주의에 역행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 총장 발언취지를 부연하면서도 "이번 공천에 5.6공 제거한다는 것은 망발", "몇선, 나이, 5.6공 때 뭐했냐 하는 거 시비대상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본격적인 갈등 표출은 운영위에서 불거졌다. 위원들은 "이번 자료는 엄청난 충격을 주는 것"이라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채 흥분해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특히 당직자나 당지도부에 대해선 대개 후한 점수를 준 데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 백승홍(白承弘) 의원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XXX들, 당을 사당화하려고 하는 거야 뭐야. 오늘 당무회의(운영위 회의)는 깽판돼요. 장난을 쳐도 유분수지"라면서 육두문자를 써가며 지도부를 비난했다. 또 그는 "XXX들 대구에 여론조사 해봐라. 강재섭이보다 백승홍이가 훨씬 낫지"라며 당무감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규택(李揆澤) 의원도 이 총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재오, 해명해봐"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어떻게 된 게 당직자들은 대부분 A,B등급으로 채워져 있냐"고 따졌다. 한 운영위원은 "특정지역에서는 순위가 조작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문제점을 지적했고, 또다른 운영위원은 "이번 자료는 폐기한다고 해도 호남지역의 경우 지구당위원장을 다 바꾼다고 돼있어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박 진(朴 振) 대변인은 전했다. 관련자에 대한 문책요구도 뒤따랐고, "당 대표나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이번 감사결과가 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위원들의 반발이 계속 터져나오자 최 대표는 "공천심사 자료로 일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컴퓨터 해킹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철저한 조사 의지를 밝혔다. 이 총장도 "위원들에게 심려를 불편하게 해서 죄송하다. 이런 일이 발생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5.6공 청산 발언'과 당무감사 자료 언론보도 등으로 갈등이 표출됐음에도 불구, 공천심사위 구성은 논란끝에 당초 안대로 통과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