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대에서 지난 한 학기 동안 한국경제론을 강의해 주목받았던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55)이 28일 귀국을 앞두고 기자와 만났다. 정 베이징대 초빙교수는 "베이징에 들른 업계와 정계의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와도 만나지 않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30년의 공직생활 동안 온 몸에 밴 짠물을 빼내려고 노력했습니다.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잊혀지면서 사는 법을 보여주고 싶었죠.덕분에 아내에게 봉사를 많이 했습니다." 베이징에서 주로 학자들을 많이 만났다는 그는 이때마다 부인을 동행했다고 들려줬다. 그가 만난 중국의 경제학자는 30여명. "국가의 미래에 대해 깊은 걱정을 하고 있더군요.중국의 지식인들은 크게 3가지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우선 부실여신 및 부실국유기업과 같은 시장내부의 위험,둘째는 저임금을 토대로 한 높은 생산성과 사회안정의 공조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체제안정의 위험,셋째는 에너지 부족을 채우기 위한 수입증가로 경상수지가 적자구조로 빠질 수 있는 자원의 위험이 그것입니다." 정 교수는 "중국은 라이벌시티(rival city)의 나라"라며 생계를 잇기가 어려운 지역이 있는가 하면 세계적인 기업을 인수할 능력있는 기업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중국을 일반화해서는 안된다"며 "중국의 한국 진출도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중간 기술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습니다.산업내 협력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과제겠지요." 그는 "산업별 부가가치 사슬 지도를 만들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억 인구를 수용해야 할 중국이 기술집약적인 산업만 키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나 산업공동화에 대처할 수 있는 부가가치 사슬 구축작업이 한국의 현 정부조직으로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산업부처가 3곳으로 쪼개져 있는 데다 거시정책을 중시하고 미시정책을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경제정책이 미시적이고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거시정책은 갈수록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