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나 인간은 소중합니다. 그리고 어디서든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돕는게 제 숙명이죠." 23일 오후 서울 보문동의 한 연립주택 3층 '베다니의 집'.20평 남짓한 방 3개짜리 집 거실에 있는 조촐한 탁자에서 '벽안(碧眼)의 수녀'가 얼마 전 공장 프레스 작업 도중 손가락 2개가 잘려 나간 페루인 이주노동자 마릴루스씨(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폴란드 출신의 마리아 파고아 수녀(41)는 산업재해 등으로 다친 외국인 노동자들을 간병해 주고 병원치료와 산재보상 처리 등을 도와주는 쉼터인 '베다니의 집'에서 일하고 있다. 92년 로마 국제수녀회의 지시에 따라 한국에 온 그는 초등학교때 배운 러시아어 실력으로 러시아 노동자,무희(舞姬) 등의 임금체납과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상담했고 가락동 노숙자 급식소에서 한국 수녀들과 함께 무료급식 봉사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된장국,부침 등 못하는 한국 음식이 없을 정도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지요." 그는 "11년동안 사람들을 도우며 느낀 것은 인간은 어디서든 똑같다는 점"이라며 "성탄절의 축복만큼은 '차별없이'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