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산품 적극ㆍ공산품 미적' ‥ 한ㆍ일 FTA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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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양국이 22일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1차 정부협상을 갖고 6개 실무 협상 분과 설치에 합의하는 등 오는 2005년 협정 타결을 목표로 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ㆍ일 FTA는 작년 기준으로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4.1%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의 탄생을 예고하는 동시에 아직 선언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ㆍ중ㆍ일 FTA를 여는 첫걸음이다.
◆ 뒤바뀐 정부 입장
한ㆍ일 FTA 협상은 '농산품 불리, 공산품 유리'라는 한국 정부의 기존 통상 협상기조와는 정반대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과의 농수산물 교역에서 돼지고기와 화훼류 등을 중심으로 3억1천만달러의 흑자를 내는 등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기술력에서 앞서는 자동차 전기ㆍ전자 기계류 부품ㆍ소재 등은 무관세화에 힘입은 일본 제품의 공세에 국내 시장이 공략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부품ㆍ소재 등 상대적 취약업종의 관세 철폐에 최고 10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통해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만성적인 무역역조도 당장의 극복과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FTA 체결 직후 일본과의 교역에서 관세가 사라지면 연간 19억∼43억달러의 무역적자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일본 누적 무역적자는 지난 11월 현재 2천58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 FTA 새 추진 동력될까
정부가 일본과의 FTA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단기적인 경제 손실보다 산업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 등 부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GDP의 무역의존도가 66%에 이르는 통상 국가로서 FTA라는 대세를 비켜가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수출의 대중국 편중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ㆍ일 FTA를 통한 일본 수출시장의 적정 비중 유지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과의 FTA체결 추진이 한ㆍ칠레 FTA 비준 처리 연기로 발목이 잡혀 있는 'FTA 짝짓기'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산ㆍ관ㆍ학 공동연구까지 마친 싱가포르와 내년중 협상을 시작하기로 하는 등 여러 국가들과의 다발적인 FTA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재화 무역협회 FTA팀장은 "농업개방 부담이 덜한 일본과의 FTA추진은 정부로서도 부담이 덜한 정책카드"라며 "그러나 한ㆍ일 양국의 역사인식 차이 등 돌발적인 정치이슈로 협상 추진이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