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의 본고장 대구에서 패션산업이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등 전국의 대형 백화점을 공략하는 톱브랜드가 속출하는가 하면 최첨단 생산ㆍ물류시설을 갖춘 대형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대회 등 국제 행사를 통해 명성을 얻으면서 최근에는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대구지역의 하이패션업계는 패션조합 회원사 42개를 포함, 모두 1백여개에 이른다. 이들 회원사의 전체 매출액은 1천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와이셔츠 등 봉제 업체까지 합칠 경우 매출액은 연간 4천억원에 이른다. 이중 연간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도 10개가 넘는다.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이같이 패션산업이 발달한 것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서 피란 온 패션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양장점 문화가 발달했고 섬유업까지 가세해 강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디자인ㆍ재단ㆍ봉제기술이 뛰어났고 선진 패션경향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유달리 빨랐다. 1960,70년대에는 당시 유명 연예인들이 대구에서 옷을 맞추는 사례도 많았다. 한국패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국제복장학원 최경자 이사장, 패션 평론가 허준, 디자이너 우상락씨 등도 대구 출신이다. 대구지역의 패션인맥은 의상학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장인 출신, 현장 영업부 출신으로 분류된다. 대구 패션계의 원조는 한국복장학원 김양순 원장을 꼽는다. 그는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 중구 포정동에 양장점을 설립했고 동성로에 한국복장학원을 세워 본격적인 인재양성에 나섰다. 최복호 패션, 대경물산(설립자 이상순), 앙비 숑(대표 최태용), 미스김테일러(대표 김선자) 등 패션업체 거물들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이들 디자이너 밑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신세대가 전면에 포진하면서 패션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이들은 브랜드 위주의 대량생산 체제를 기반으로 전국 유명 백화점에 진출하면서 연간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크로드(대표 이무화), 혜공(대표 김우종), 권오수 패션 등이 이들 인맥을 대표한다. 대구의 패션가는 주요 백화점의 이전과 맥을 같이 한다. 초창기 포정동에서 동아백화점이 들어서면서 동문동으로 이전했다가 대구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동성로로 옮겼다가 90년대에는 대백프라자 부근의 삼덕 대봉동 일대로 옮겨가면서 패션전문 거리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현재 대구 패션업계에서 선두주자는 혜공을 들 수 있다. 쿠프 도호 등의 브랜드로 주요 백화점을 비롯 전국에 49개 매장을 갖고 있으며 올해 3백3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KDC깜 브랜드의 대경물산(대표 김두철)은 19개 점포에 올해 1백1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신규 브랜드를 추가해 매출을 1백50억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최복호패션도 대구 경북지역의 15개 점포에서 올해 1백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상하이를 거점으로 중국 진출에 나선다. 이들과 함께 실크로드(대표 이무화), 프리밸런스(대표 김광배), 패션조합ㆍ한국패션센터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용 앙비 숑 대표, 전상진 패션, 재경어패럴(대표 곽재욱), 크레타(대표 노순학), 예예콜렉션(대표 김영만) 등은 지역 패션계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최태용 패션조합·센터 이사장은 "생산공정의 현대화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품질관리체제와 신속대응체제(QRS)가 갖춰지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패션도시 이미지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아트엑스포 등을 통해서 섬유산업에서 패션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