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획일적인 투기지역 지정제도 운영으로 공공택지나 산업단지개발 등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공택지지구나 산업단지 중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땅주인들이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세가 부과되는 데 집단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정부 수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나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실거래가에 따라 매기게 돼 있다.


19일 건설교통부와 충남도청에 따르면 김포·아산 등 신도시와 천안산업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이 주민들의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쳐 차질을 빚고 있다.


충남 천안시 직산면 신갈·모시리와 차암·업성동 일대 30만평에 조성되는 천안 제4지방산업단지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5월 천안시 전역이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양도세 부과기준이 '공시지가'에서 '실거래가'로 바뀌면서 세금부담이 크게 늘자 지주들이 보상을 거부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사업중단 위기에까지 몰려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부작용이 정부가 주택공급 확충을 위해 추진 중인 김포나 아산신도시는 물론 경제자유구역,지역특화단지 등 향후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곳에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연쇄적으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8월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김포시의 경우 총 4백98만평 규모의 신도시가 보상에 착수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물어야 하는 지주들의 반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부고속철도 역세권에 조성되는 아산신도시는 더 심각하다.


1단계 1백7만평(배방지구)이 천안과 아산 두 곳에 걸쳐 있어 천안지역 땅은 실거래가로,아산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도시 건설을 위해 동시에 수용했는 데도 땅 위치에 따라 양도세 부담이 달라지는 셈이다.


건설교통부와 충남도청은 이에 따라 지난달 택지조성 등을 위해 강제 수용된 땅은 투기목적이 없는 불가피한 매도행위인 만큼 투기지역 지정 전처럼 공시지가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하도록 재경부에 개선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양도세를 매길 때 실거래가 파악이 힘든 곳에만 공시지가(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강제수용 토지는 보상액이 곧 실거래가인 만큼 예외를 인정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은 "투기 목적 없이 불가피하게 땅을 파는 수용토지주들에게까지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공익을 위해 강제 수용되는 땅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감면해주거나 종전대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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