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소기업의 몸부림은 치열하다. 특히 건설관련 업계와 제조업의 경우 규모가 작은 업체가 자생하기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그 자체다. 재벌기업이 달려들면 안될 것이 없는 우리 재계의 풍속도에서 이들과 당당히 상대해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는 업체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익건설과 한국그런포스는 무리하게 수주 규모를 늘리는 등 양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재벌과 겨루는 '작지만 강한 기업'의 표본이다. 최고급 주거공간을 표방하며 주택시장에서 독보적인 철옹성을 구축한 동익건설, 전세계가 하나로 통합된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첨단 펌프제작 기술로 세계를 제패한 한국그런포스. 이들 두 초우량기업의 성장비결과 그 특별한 경쟁력의 노하우를 들여다본다. -------------------------------------------------------------- "불결한 위생문제로 식수오염 논란을 빚어 왔던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를 대체할 수 있는 펌프라고 자신합니다. 아파트 수조 건립에 따른 시설비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죠. 하지만 저희 펌프의 가장 큰 장점은 전력을 최고 5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그런포스펌프(주)(www.grundfos.com)의 이강호 대표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펌프를 공급한다는 자긍심 때문이다. 한국그런포스펌프(주)는 세계 굴지의 펌프제조업체인 덴마크 그런포스(Grundfos) 그룹의 한국내 법인이다. 연간 1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그런포스는 세계 펌프 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 '개척자 정신과 품질 우선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1945년 덴마크의 폴 듀 얀슨(Poul Due Jenson)에 의해 설립됐다. 이 회사는 최근 업계 최초로 본사가 있는 덴마크에 '펌프 대학(PDJ Academy)를 설립해 화제의 초점이 됐으며, 올해는 미 포춘(Fortune)지(紙)로부터 유럽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0대 기업중에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그런포스는 연 25%씩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며 40여개 해외 지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알토란' 같은 존재다. 전직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돼있는 한국그런포스는 선진적인 외국 기업문화에 한국적인 경영기법을 접목해 지난 89년 설립이래 해마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그런포스의 펌프시스템은 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을 지하 저수조에서 곧바로 각 가정에 보내기 때문에 고가 저수조의 청소 및 유지관리 불량으로 인한 수질 오염 우려를 없앴다. 또 옥상 물탱크가 없어짐으로써 아파트의 지붕모양(스카이 라인)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전망 좋은 맨 위층에 멋진 팬트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보너스'도 추가된다. 하지만 그런포스 펌프의 최대강점은 획기적인 전력비용 감소다. 도곡동 삼성 타워펠리스와 대림 아크로빌, 서초동 현대 수퍼빌, 목동 현대 하이페리온, 강남 LG 사옥, 무교동 SK 사옥, 종로 삼성화재 빌딩, 역삼동 스타 타워, 에버랜드 케리비안 베이 등 국내 굴지의 아파트와 기업들이 그런포스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50%이상 절감되는 전력비용 때문이다. 세계 펌프업계 최초로 ISO9001 품질 인증을 획득한 그런포스는 연 매출액의 5%를 과감하게 R&D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최첨단 자동화 생산라인을 바탕으로 반세기 이상 오직 펌프만을 만들어온 그런포스의 제품군은 단단/다단식 원심펌프, 수중펌프, 순환펌프와 오·배수펌프 및 가압펌프, 태양열을 이용한 펌프 시스템 등 총 400여가지가 넘는다. 한국그런포스펌프는 지난해 2월 보일러용 펌프 전문업체인 청석펌프(주)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 보일러 분야의 소형펌프 기술력을 추가로 확보해 막강한 기술력 신장과 영업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강호 대표는 "한국그런포스의 펌프는 가시보일러 제조업체들로부터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재 온수 순환펌프 단일품목의 누계 생산대수만 350만대를 넘어섰고 최근 관심의 대상인 부스퍼 펌프또한 고객으로부터 최고의 품질로 인정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충북 음성에 자체공장을 설립해 그 동안 수입·판매에 의존해오던 패턴에서 벗어나 국내 자체 생산거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장건립으로 인해 내국인 고용증대 및 기술교육에 따른 전문인력 양성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부품의 국산화를 도모함으로써 기술 및 가격경쟁력 확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강호 대표는 지난 11월 산업자원부 주최 '2003 에너지절약 유공자 포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수상의 영광을 작업현장에서, 그리고 영업전선에서 지금까지 묵묵히 일해준 직원들에게 돌리는 겸손함을 보인다. 그의 겸손함은 한국그런포스의 경쟁력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회사의 경쟁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인재'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내 임무의 가장 중요한 부문 중 하나가 직원들에게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된다'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며 "21세기의 핵심 키워드는 인재경영"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전략적 제휴와 끊임없는 R&D 투자.' 여기에 오너와 직원이 혼연일체 된 '한솥밥 경영'이 장기적인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그런포스를 불황 없는 초우량 글로벌기업으로 만든 비결이다. (02)5317-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