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영 CCTV는 최근 중국의 유명 기업가들이 대거 참여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2003년 제추(杰出) CEO 20명 선발대회'가 그것.올 한 해를 빛낸 기업가 20명을 선정, 시상하는 자리였다. 대상자가 영화배우에서 기업인으로 바뀌었을 뿐 미국의 오스카 영화제와 흡사했다. 수상 기업인들은 영웅으로 부각됐다. 사회자는 "이들이야말로 중국의 앞날을 개척.해나가는 진정한 애국자"라며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달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방청객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그들을 배워 언젠가는 나도 기업CEO가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상자들은 감격한 모습이었다. 선원롱 사강그룹 회장은 "더 많은 재부로 사회에 봉사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이제 세계 시장으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량원건 산이(三一)중공업 사장은 "경제발전을 위해 뛰는 기업인 대열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흥분했다. 요즘 중국 TV에는 '기업인 프로그램'이 자주 방영된다.젊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래 CEO 10인 선발',기업인 2백여명이 참가한 '2003 업계 리더 대회',기업인과 경제전문가들이 참여한 '경제학자 논단' 등이 황금시간대에 잇따라 방영됐다.주제는 '기업,기업인 사랑'이다. 활발한 기업인을 찾아 영웅으로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의 역할을 홍보하고 있다.기업인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TV에 비친 기업인들은 너무 초라하다. 많은 기업이 불법 선거자금에 연루되면서 기업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중국 기업인, 검찰에 불려 들어가는 한국 기업인.연말 TV에 비친 양국 기업인들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그게 두 나라의 경쟁력 차이를 낳는 근본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