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건물분) 인상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행자부가 현행 재산세 역전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대도시 아파트 등의 재산세를 대폭 인상하려는 데 대해 서울 등 자치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재산세의 문제점을 고치려는 정부 정책의 큰 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민들도 '아파트 값에 비해 재산세 부담이 낮은 편이고 중소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내고 있기 때문에 교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 행자부가 3~4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재산세를 올리는 방법을 택했더라면 이런 소동없이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데도 행자부는 한꺼번에 왕창 올리는 속도전을 택했고 반발이 터져나왔다. 너무 서두른 탓인지 행자부는 서울의 경우 내년 재산세가 평균 25% 오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선구청들이 행자부 인상안을 실제 적용해본 결과 평균 45.4%나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행자부는 '원안대로 관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이는 그동안 재산세 문제에 대한 행자부의 설명과도 너무 달라 어리둥절해진다. "집 한 채 가지고 빠듯하게 살아가는 중산층의 세 부담을 갑자기 몇 배씩 올리면 조세저항이 너무 큽니다. 조세에 관한 한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지 여론에 편승해 화끈하게 고치면 부작용이 커집니다. 행정은 요란하지 않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를 정도로' 해야 합니다." 이랬던 행자부가 참여정부 들어 '속전속결'로 돌변하면서 반발하는 지역주민들과 민선단체장을 '지역이기주의와 개혁저항'으로 모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행자부뿐만 아닌 것 같다. 최근 일련의 부동산투기 대책도 마찬가지다. 재경부 건교부 관료들은 나라 경제를 좀먹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하는 투기세력을 때려잡는 '개혁의 사도'처럼 행세하고 국민들은 눈앞의 사적인 이익을 좇는 데 급급한 한심한 민초들로 그려진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시장 개혁의 선봉에 나선 재경부와 건교부의 관료들은 불과 몇 해 전 국민의 정부 당시 총선을 앞두고 아파트 미등기 전매까지 눈감아주기로 하는 등 투기조장에 가까운 시책을 내놓았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당시 경제부처들은 '이처럼 과잉부양을 하면 부동산시장이 폭발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집권세력에 코드를 맞추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신용카드 문제도 그렇다. 경제정책으로 채택해선 안 되는 카드소비 부양책을 만들고 카드회사들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한 경제관료들이 이제와선 카드회사와 신용불량자들을 무책임한 백성으로 몰아치면서 스스로는 신용사회구현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코미디'다. 설사 청와대나 정치권에서 당장의 정치적인 생색에 연연한 나머지 압력을 넣는다고 하더라도 국민과 나라경제를 생각해서 정책을 펴도록 하기 위해 국민은 돈이 많이 드는 직업관료제를 세금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한데도 우리 관료들은 정치권의 압력에 버티기는커녕 집권세력이 원하는 것보다 한술 더 떠서 퍼다주는 데 익숙해진 지 오래다. 5년마다 바뀌는 집권세력의 구미에 맞추다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한둘이 아니고 그 부담은 전부 나라 경제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금 이 나라가 이렇게 흔들리는 데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있지만 이런 관료들의 폐단도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다.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