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시도 충격 소버린은 수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SK㈜ 경영에 직접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강변해 왔다. 또 SK㈜가 계열사 투자 등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며 SK그룹과의 고리를 끊고 에너지·화학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소버린은 내년 SK㈜ 주총에서 외국인과 소액주주 등 모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한국인'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측과 표대결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소버린은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SK㈜ 경영권 장악에도 관심이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이사(CEO)는 지난달부터 두차례에 걸쳐 서울을 방문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버린은 특히 대림에 M&A 동참을 제의하면서 석유화학부문을 넘기는 방안을 타진, SK㈜가 에너지·화학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마저 의심을 받게 됐다. 사실상 기업을 인수해 사업부문별로 분할한 뒤 높은 값에 팔아치워 차익을 챙기는 '기업사냥꾼(레이더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왜 대림에 타진했나 소버린이 대림산업에 SK㈜ 경영권 공동인수를 타진한 것은 대림의 석유화학사업 전략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른 외국인이나 국내 기관투자가를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데도 비밀이 샐 수도 있는 국내 제조업체를 굳이 끌어들이려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다. 대림은 지난 2001년 SK㈜와 유화부문 통합법인 설립을 추진했던 적이 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당시 계획은 △폴리에틸렌(PE)을 생산하는 대림 △다국적 기업인 바젤과 대림이 50대 50으로 합작해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는 폴리미래 △국내 최대 정유·석유화학 업체인 SK㈜ 등 3자가 PE와 PP부문을 통합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3사의 입장차가 워낙 커 협상이 결렬됐으나 합작이 성사될 경우 연간 생산능력이 PP 88만t,PE 73만t으로 국내 최대규모의 석유화학업체가 탄생할 수 있어 기대를 모았다. 소버린은 이같은 '전력'을 감안해 SK㈜ 인수전에 대림산업을 끌어들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SK㈜ 경영권을 인수한 뒤 정유(소버린)와 유화(대림)로 각자 나눠 가질 경우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가즈프롬과 정유사업 연계(?) 소버린은 유화부문을 떼내고 남은 SK㈜의 정유부문은 자신들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 가즈프롬과 연계해 운영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즈프롬은 영국의 로열더치셸 그룹이 개발중인 '사할린2' 석유·가스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원유를 SK㈜에서 정제한 뒤 중국 일본 등에 판매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SK㈜의 경영권 확보가 핵심 관건이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소버린의 대주주인 챈들러 형제는 지난 7월 모나코 본사에서 SK㈜ 유정준 전무 등과 면담을 갖고 "SK㈜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정유공장을 갖고 있어 투자했다"며 정제능력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