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내외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 마디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한해가 될 것같다. 먼저 외환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종전처럼 미 달러화 가치는 모든 통화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세 혹은 약세기조를 띨 가능성은 낮다. 대신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달러화 약세 속에 각국의 경제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차별화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엔화에 대해 달러화 가치는 크게 약세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경제여건면에서 미·일간의 성장률 격차가 줄어들기 어려워 보이고 '달러 강세-엔 약세'가 양국의 국익에 부합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기관들에 따르면 2004년 엔·달러 환율은 1백5∼1백15엔 범위대에서 중심환율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화 강세국면도 2004년 중 안정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유로 존의 확대가 순조롭지 못함에 따라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기관들은 2004년 말에는 달러·유로 환율이 유로당 1.2∼1.4달러로 2003년 말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승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4년 외환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최대현안은 중국의 고정환율제가 포기된 이후 위안화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시각과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하될 것이라는 시각은 이렇다. 현재 중국 정부는 금융사들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채권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전제를 감안하면 위안화 가치는 평가절하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는 시장여건이 뒤따라 주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외환보유고만 4천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외환사정이 좋은 편이다. 이런 여건하에서 위안화 가치를 시장에 맡길 경우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 정부가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경우 해지펀드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지펀드의 자금력과 레버리지 비율을 감안하면 중국의 외환사정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환투기를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태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중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현재 중국 금융사들의 부실채권은 약 4천8백억달러. 우리돈으로 5백6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단 부실채권 규모로 본다면 충분히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위기국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실제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중국 금융사의 부실채권이 줄어들지 않으면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는 200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리도 지난 3년간의 저금리 시대를 마무리하고 인상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론적으로 경제여건과 비교해 적정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 등을 통해 볼 때 현재 세계 각국의 금리는 경제여건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만약 지금처럼 2004년에도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는 경제여건에 맞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설령 경기문제를 감안해 정책금리 인상이 더디다 해도 각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원확보를 위한 국채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시중금리는 상승될 것으로 전망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