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투자공사 설립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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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여론이 상당한 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국투자공사'(KIC) 설립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어 걱정이다.
당국이 앞장서서 드라이브를 건다고 동북아 금융허브가 갑자기 구축되는 것도 아닌데,국내 자산운용업을 선도산업으로 육성하고,KIC를 국제적인 자산운용회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구상이 과연 계획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동북아 금융중심 추진전략이라는 것도,KIC 설립방안을 빼고는 대부분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내용들 뿐이어서 더욱 그렇다.
KIC를 설립한 뒤 외환보유고에서 2백억달러를 위탁 받고 점차 공공기금 자산으로 운용범위를 확대해 간다는 방안의 문제점에 대해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외환위기 당시 뼈저리게 체험했듯이 자산의 해외운용에 따른 투자위험이 매우 큰데,외환보유고를 헐어 투자했다가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설령 해외 유수의 펀드에 자산운용을 맡긴다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금융회사들도 한순간의 실수로 파산지경에 내몰리는 게 국제금융업계인데,자칫 KIC가 '봉'이 되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저금리 기조와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 국내 자산운용업이 훨씬 더 성장해야 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꼭 그 때문이 아니라도 불합리한 행정규제를 철폐하고 금융감독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할 당위성에 대해선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하게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정부가 직접 자산운용업에 나서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카드 투신 상호저축은행 등 서둘러 정리해야 할 금융부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정부는 뜬금없이 동북아 금융중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선진국에 비해 형편 없이 낙후된 국내 금융환경을 개선하는 과제부터 서둘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