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증시 발목 잡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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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법개정안이 국회의 반대로 무산되자 증권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기금관리기본법' 조항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국회운영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지난 2001년에 이어 두번째로 법 개정이 무산된 셈이다.
이로써 개별 연기금들은 매년 운용계획을 짠 다음 주식투자 금액을 국회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회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전면 허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현 상황에서 주식투자를 전면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국회가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다"며 정면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연기금이 운용자금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자금특성상 장기적인 운용이 필요하지만 구조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과 은행 예금만으로는 높은 수익을 얻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연기금인 캘퍼스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이 65%에 달하는 등 해외의 연기금들은 30∼7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반면 한국의 연기금은 주식투자비중이 4%를 밑돌고 있다.
현재 외국인은 상장 주식의 40%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올 3월 이후 50%가 넘는 주가 상승의 과실도 이들이 챙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부분은 배당형식으로 이들이 가져갈 게 불보듯 뻔하다.
증시 관계자들은 연기금이 국내 우량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인 주식 수급을 늘림으로써 외국인에 의해 국내 증시가 휘둘리는 현실을 막아야 하며 이 역할을 맡을 주체는 연기금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법부가 국내 증시를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연기금 주식투자에 대해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 투신사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이같은 업계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상열 증권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