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그리고 국내 팬들에게 이별을 고하던 '라이온킹'은 끝내 북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승엽(27)은 11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내년 시즌 진로 결정에 관한 기자회견 도중 준비해온 회견문을 읽다가 눈시울을 붉히며 자리에 떠나 한동안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충혈된 눈에다 푸석푸석한 표정으로 밤잠을 설친 듯한 표정의 이승엽은 예정보다 20분 늦게 들어와 준비해온 회견문을 차분하지만 힙겹게 읽어나갔다. 수십명의 취재진은 물론 재계약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삼성 구단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였다. 중간중간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던 이승엽은 "삼성이 9년 동안 친아들처럼 대해주신 점..."이라는 대목에서 울먹이며 말문을 잇지 못한 것. 신인 시절부터 아시아홈런 신기록을 세우기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지난 9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승엽은 곧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듯 회견장 오른쪽 구석에 놓인 의자에 엎드린채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동안 일어설줄 몰랐다. 하지만 야멸찬 언론의 카메라는 이승엽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며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고 동석한 매니지먼트사 J's 엔터테인먼트의 김동준씨도 이승엽의 우는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을 막느라 진땀을 뺐다. 절친한 사이인 방송인 김제동씨가 건네준 물을 한잔 들이킨 이승엽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붉어진 눈시울에는 눈물자국이 번져있었다. 이승엽은 "9년전 아버님이 대학에 진학하길 원할 때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했던 것처럼 오늘도 그때와 똑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며 말을 이어갔고 무사히 회견을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