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부동산에 가압류를 건 상태에서 본안소송에 패소했을 경우 상대방이 가압류를 풀기 위해 법원에 맡긴 공탁금 조달에 들어간 금융비용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이번 판결은 금융기관에서 꾼 돈으로 공탁했을 경우 가압류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통상 적용된 상법상 법정이율 연 6%에서 공탁금 금리 2%를 뺀 4%가 아니라대출금리에서 공탁금 금리를 뺀 부분이라고 설시, 가압류 남발에 따른 엄격한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9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8일 D사가 `가압류를 풀려고고리의 자금을 빌려 법원에 공탁금을 낸 만큼 이 자금 마련에 들어간 금융비용을 모두 물어내라'며 I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4억9천여만원을 갚아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압류까지 걸었지만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가압류를 행할 채권이 있었다고 믿기 어렵다"며 "피고는 소송에서도 패소, 가압류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에게 공탁금을 자체 자금이 아닌 연 13.6%의 금리로 빌렸다는 사실을 통보했으므로 원고가 공탁 때문에 고리의 비용을 물고 있었다는 점을예상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가압류를 계속 유지했으므로 손배 기준은 상법상 법정이율이 아닌 원고가 조달한 대출금리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D사는 지난 97년 인천교 부근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함께 수행하던 I사로부터 50억원의 구상금 청구소송과 함께 D사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에 같은 액수의 가압류를 당하자 급한 김에 모 종금사에서 연 13.6%의 이율로 50억원을 빌려 법원에 공탁,가압류를 풀었다. 이후 I사는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2000년 1월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올 4월 대법원에서 패소판결이 확정되자 D사는 공탁금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