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은 핵 위기라는 악재 속에서도 정치적으로 체제안정에 주력하면서 경제ㆍ사회적으로는 일정한 변화를 시도한 한해였다고평가된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정치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하면서 선군(先軍)을 기치로 체제를 공고히 하고 주민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또한 실리를 바탕으로 한 경제개혁과 주민 생활개선, 사회ㆍ문화적 변화모색을 통해 대내외 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적으로는 우리의 총선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선거(8.3),제11기 1차 회의 소집(9.3), 정권창건 55주년(9.9절) 행사 등 비중있는 정치행사를거치면서 `김정일 2기 시대'를 열었다. 총 687명의 대의원을 선출한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선거에서는 신진인물이 343명을 차지, 폭 넓은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선거 결과는 전반적으로 당ㆍ정의 핵심적 골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군부 주요 인사가 탈락한 반면 김계관(외무성 부상), 김령성(내각 책임참사,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 송호경(아ㆍ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대남 및 외교 분야 인물들이 부상한 것이특징이다. 선거 한달만에 소집된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회의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재추대하고 국가지도기관을 새로 선출했으며 핵문제와 관련해 외무성이 취한 대외적조치들을 지지하고 승인하는 결정을 채택했다. 김정일 위원장 재추대는 당과 군대의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것일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그의 `2기 시대'가 개막됐다는 의미가 있다. 국가지도기관 선거도 큰 폭의 변화보다는 대체로 고령자를 퇴진시키고 실무분야에 밝은 신진 테크노크라트를 등용한 점이 눈에 띈다. 내각 총리에는 경제전문가인 박봉주 화학공업상이 홍성남의 후임으로 기용됐고5개 부서장이 교체됐다. 이러한 권력개편은 선군정치에 입각,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경제재건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인사개편을 통한 일련의 체제구축과 맞물려 치러진 9.9절 55주년은 김정일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병식 및 군중시위'를 개최함으로써 핵 위기를 맞아 김정일체제의 견고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로 삼았다. 신년 공동사설에서 올해를 `선군 기치따라 강성대국 영마루로 총진군해 나가는대담한 공격전의 해, 거창한 변혁의 해'로 규정해 연초부터 9.9절 의미를 강조한데다 4월초에는 170여 개의 `당 구호'를 발표, 주민들의 분발을 지속적으로 독려했다는 점에서 올해 9.9절은 사회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최대의 카드로 활용돼 왔다. 경제적으로는 지난해 취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의 정착에 노력하면서 주민생활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7.1조치'의 영향으로 공장ㆍ기업소의 생산성 향상 노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자본주의 마인드가 확산됐다. 또 `농민시장'의 명칭을 `시장'으로 바꾸고 공산품의유통을 공식 인정했으며 일부 `개인상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경제정책면에서는 올해부터 에너지수급 3개년계획(2003~2005년), 800만t 식량증산 5개년계획(2003~2007년), 2차 과학기술발전 5개년계획(2003~2007년) 등 에너지와식량,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이를 토대로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한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은 또 올해 주민 생활안정을 위해서 평양 및 지방도시 주택건설, 경공업공장 현대화, 식생활 개선 등을 적극 추진했다. 사회ㆍ문화부문은 사상교육을 강화하면서 민족전통이 강조되고 대중문화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등 변화모습을 보인 것이 특징으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설과 정월대보름 등 민속명절과 고유한 풍습등 전통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영화나 TV드라마, 낚시 등 주민 여가생활에도 정책적인 배려를 한 것은 의미있는 사회적 변화로 분석된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한해 북한은 핵문제라는 엄혹한 정세 속에서 김정일 정권 강화에 주력하면서 `잘 살아 보자'는 의식이 크게 확산돼 안정과변화가 공존한 해였다"며 "특히 남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한 것으로 평가된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