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가 외국인에 버금가는 증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국내 증시에서 독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울트라 파워'가 잠시약해질 때 마다 어김없이 주가 등락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한꺼번에 15개 종목 이상을 거래하는매매 시스템으로, 현물과 선물의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비싼 것을 팔고싼 것을 사는 차익거래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외국인 버금가는 프로그램의 `파워' 프로그램 매매는 최근 거래 단위가 커지면서 주가의 등락을 좌우하는 `투자주체'로 부상했다. 7일 거래소시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10 포인트 이상 급등락한 날은 모두 17번으로, 이 중 두 차례(10월2일, 11월24일)를 빼고는 프로그램 매매가 주가지수의 등락 방향을 갈랐다. 실제로 지수가 15.72 포인트 급락한 지난 6일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2천34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지수가 25.14 포인트와 29.27 포인트 폭락한 지난 10월23일과지난달 19일에도 각각 2천652억원과 2천626억원 순매도를 보였다. 주가 지수가 21.73 포인트와 16.80 포인트 급등한 지난 10월10일과 지난달 13일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각각 2천966억원과 73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편 외국인 매매는 17번의 급등락 과정에서 세차례(10월23일, 11월6일, 12월6일)는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급락했고 한차례(10월27일)는 순매도에도 급등하는 등네차례나 지수 방향과 엇갈렸다. ◆지수상품.차익거래가 프로그램 영향력 키워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는 것은 지수연계형 상품이 급증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저(低) 위험 저 수익 상품으로 분류되는 인덱스(Index)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이들 상품 운용자들은 지수를 추종하기 위해 상품에 편입된 수십종목을 동시에사거나 파는 프로그램 매매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선물시장이 규모가 커지며 현물과 선물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려는 기관들과 외국인 위주로 매도.매수 차익거래를 늘려가고 있는 점도 프로그램 매매 규모를 키우고 있다. 현물 주식을 사고 선물을 파는 매수차익거래의 경우 잔고가 지난 10월까지는 1조5천억대를 넘어서지 못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1조9천억원을 육박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조철수 대투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에는 외국인과 기관들이 시장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을 얻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를 강화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의 증시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외국인들이 매매강도가 약화되거나 주춤할 때마다 프로그램 매매는 지수등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리플위칭데이' 프로그램 위력 `요주의' 프로그램 매매의 위력은 선물, 옵셥, 개별주식옵션 등의 만기일 직전에 가장 크게 작용하게 된다. 특히 오는 11일 `트리플 위칭데이'를 앞두고 그 어느때보다도 프로그램을 통한매물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매수차익 잔고가 지난 5일 1천억원 가량 줄어 1조7천억원대로낮아졌으나 만기일 청산 물량은 6천억∼7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에는 만기일 청산물량이 나와도 외국인들의 왕성한 매수로 무리없이 소화되곤 했지만 외국인들의 매수강도 마저 약화돼 증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전망이다. 이우현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주초 매수차익잔고 물량이 얼마나 줄지가 아직도 변수로 남아있지만 청산 물량이 6천억원 이상이 쏟아질 수 있다"고 추정하고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도 미미하고 외국인 매수여력도 줄어든 상황이라서 청산물량이 지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