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앞으로 4~5년 안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비스업의 성장 기여도가 낮은 한국에서 제조업 없이 서비스업만으로는 경제를 지탱하기 어려운만큼 기업 경영 개선과 산업 집적을 통한 제조업 공동화 방지가 시급하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산업자원부와 산업연구원(KIET)이 5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개최한 '제조업 공동화와 산업구조조정' 국제 회의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은 "탈(脫)공업화와 산업 공동화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 5년 내에 제조업 공동화 본격화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고바야시 히데오 일본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 연구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향후 4∼5년 안에 제조업 공동화가 본격 진행될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 정책 마련 등 기업 규제 완화를 통한 국내 투자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병기 KIET 산업경쟁력 실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국내 본사와의 교역 증대 등 제조업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산업 공동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그러나 "특정 산업 혹은 지역에서 기업의 해외 이전이 집중될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노사관계의 안정과 규제완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전략적 산업육성으로 대응해야 로버트 로슨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탈공업화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산업공동화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제조업의 질적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육성 등 정부 차원의 산업육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항공,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 등과 같은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위롱아이 대만경제연구원장은 "산업 공동화 방지를 위해선 노동력의 질, 교육 및 전문성 수준, R&D(연구개발)를 중심으로 산업을 구조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바야시 와세다대 아ㆍ태 연구대학원 교수는 "하이테크 산업의 해외 이전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는 것은 정책적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경쟁국가 및 세계 경쟁에서 낙오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한ㆍ일ㆍ대만 분업체제 구축 필요 고바야시 교수는 "한국 일본 대만 등 3국이 중국과의 협력적인 분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국제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사토 히사타케 일본 경제산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산업 집적을 통한 지역경제의 발전을 제조업 공동화의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다만 산업 집적지를 조성할 때에는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