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부도덕이 날려 버린 1조5천억원.' 직원에게 불법 도청을 지시한 혐의로 오너 회장이 구속된 대형 대금업체 '다케후지'의 주가폭락이 도쿄 증시의 화제다. 다케후지 야스오 회장(73)의 구속 직전인 지난 2일 6천1백20이던 주가는 3일 6백60엔이 빠졌고 4일에도 2백60엔이 떨어졌다. 이틀간의 하락폭만 15%다. 일본 대금업계 1위를 달리며 1조7천억엔의 소액대출을 깔아놓은 이 회사는 외형과 실속 모두 부러울 것 없는 업체다. 푼돈 대출과 고리 이자로 떼돈을 번 회사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기업 내용은 왕뼈 근육질을 자랑해 왔다. 주식 시가 총액은 도쿄증시 상장기업 중 40위 안을 달리며 일본 금융계의 공룡인 미즈호은행을 제치기도 했다. 창립(1966년)후 불과 37년 만에 쌓은 성적이다. 그러나 내용과 달리 외부에 비친 기업 이미지는 마이너스 선상을 맴돌았다. 사업 스타일과 회장의 기행, 독선에 대한 비난, 의혹 때문이다. 집요하게 채무자와 서민들의 지갑을 열어젖힌 채권회수방식은 회사를 불상사의 연속으로 몰아넣었다. 사생활에는 돈을 물쓰듯하면서도 사원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감시와 자신의 사진에 아침 저녁 인사할 것을 강요한 회장의 전횡은 다케후지를 정상이 아닌 기업으로 비쳐지게 만들었다. 때문에 일본 언론은 이번 사건을 "언젠가 터질 것이 터지고 만 것"이라는 투로 연일 후속 뉴스를 띄우고 있다. 회장 구속의 표면적 이유는 자신에게 불리한 글을 쓴 작가에 대해 불법 도청을 지시한 혐의라지만 회사 내부의 부조리와 모순이 곪아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케후지의 주가 폭락은 회사의 앞날에 대한 불안보다 비상식ㆍ비정상적 경영에 대해 투자자들이 동시에 회초리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이 흑자 크기만 갖고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던 시대는 일본에서도 이미 끝나버렸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