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내와 남편 ‥ 전미숙 <베베하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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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andcom@bebehouse.com >
부부를 흔히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 한다.
촌수를 따질 때도 부부 사이는 무촌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어서이기도 하고, 한 몸과 같은 일신(一身)의 사이여서이기도 하다.
베베하우스 커뮤니티 게시판엔 '풀자 수다방'이란 곳이 있다.
주부 회원들이 남편이나 시댁, 육아문제, 혹은 부부간의 성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이나 불만을 털어 놓으면서 위로도 받고 스트레스도 풀곤 하는 곳이다.
특히 '이 사람, 남편 맞아'와 '남편들의 솔직 토크'란 게시판은 아내와 남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이 게시판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남편'인데, 그 내용을 읽어보면 부부사이가 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내들은 대개 연애시절과 달리 갈수록 무심해 지는 남편에 대한 섭섭함과 의구심을 털어놓는다.
실제로 아내의 수다에 등장하는 남편은 종종 늦게 귀가하거나 살림과 육아에 지친 아내를 도와주지 않고 무심하게 행동하거나 주식·도박 등으로 큰돈을 날려 가족들을 곤궁에 빠뜨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아내들은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남편이라는 사람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얼마 전 어느 아내가 올린 글 중엔 단란주점에서 여자들의 접대를 받는 남편들의 심리가 무엇일까, 단란주점에서는 어떤 광경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한 남편이 자신은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처음 단란주점에 갔고 지금도 가끔 회사동료들과 단란주점에 가지만,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서 적절한 선을 긋고 행동한다는 글을 올렸다.
성장환경이 다른 남녀가 만나서 함께하는 결혼생활은 서로가 배려하고 인내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부부는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이면서도 그 속내를 털어놓기 어려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보내는 인정과 배려의 한마디가 오해와 무심함으로 뭉쳐진 응어리를 씻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