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6시 상하이 시내 취양루(曲陽路)에 자리잡은 까르푸 매장.수 백명의 노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허리가 굽은 백발 노인들이 무엇인가를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다. 3시간여를 기다린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무료 조식(早食)한 끼.까르푸가 설립 40주년을 맞아 판촉활동의 하나로 기획한 '선착순 5백명 무료조식 제공' 행사 모습이다. 이 판촉활동이 중국 언론으로부터 호된 공격을 받고 있다. '중국인을 거지 취급했다'라는 비난이다. 행사가 진행된 최근 2주일 동안 거의 매일 인근 불우 노인 7백여 명이 까르푸로 몰려들었고,이들이 연출한 장사진은 '집단 구걸' 장면을 낳았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중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데서 빚어진 결과였다. 이 행사가 프랑스에서 열렸더라면 성공했을 것이다. 프랑스 소비자들은 출근길에 까르푸가 제공하는 공짜 조식을 기분 좋게 먹고 회사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달랐다. 선의의 판촉활동은 빈곤층 노인이 아침을 해결하는 '빈민구제 활동'으로 변질된 것이다. 중국 언론은 "1위안(약 1백50원)어치도 안되는 식사로 중국의 치부를 건드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행사는 프랑스 스타일이었지 중국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중국의 특성을 간과해 마케팅에 실패한 것은 맥도날드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이 회사는 최근 치킨버거를 출시하며 여성 모델이 왼손 검지를 빨아먹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입에 달라붙을 정도로 맛있다는 의미다. 이 포스터는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말았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손가락은 깨끗하지 않다고 여긴다. 많은 소비자들은 '어린이들이 포스터를 모방,더러운 손을 빨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판촉 포스터가 오히려 손님을 쫓는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세계적인 체인업체인 까르푸와 맥도날드의 판촉 실패 사례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중국인들의 사고와 전통 문화 습관 등을 치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중국 시장에는 사소한 문제로 터질 수 있는 '지뢰'가 많이 매설돼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