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sb@ekdp.com 나는 기업인들의 자서전에 관심이 많고,성심성의껏 읽는다. 왜냐하면 자서전이란 저자의 경영 인생과 철학은 물론이요,한 기업과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같은 책들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창업 당시의 어려움이나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끼고,남다른 경영 노하우를 볼 때면 존경스런 마음이 생기고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책들이 다 그런 공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업적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며 마치 혼자서 그 큰 회사를 키워낸 것인 양 말하고 있는 부분을 보면,나도 모르게 책장을 덮어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한 기업의 CEO가 쓰는 자서전은 결코 혼자만의 이야기일 수가 없다. 물론 창업이나 성장 과정에서 기업에 끼친 그의 공로는 인정되어야겠지만,그 모든 일을 자신의 개인사(個人史)로만 부각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낯뜨거운 일이다. 옛날 덕장(德將)의 기본 덕목은 '공(功)은 부하들에게 돌리고 과(過)는 자신에게 돌린다'는 것이었는데,이 말은 기업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일이 아닐까 한다. 물론 훌륭한 책들이 더 많다. 특히 자신이 이룬 성과를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여기는 CEO의 글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 경우 오히려 그 기업이 그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바로 그같은 기업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행간(行間)의 의미를 읽게 된다. 나 또한 광동제약이 걸어온 40년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 얘기를 자서전 형태로 쓰기 시작했다. 70 평생 처음으로 자신의 얘기를 책으로 내는 것인 데다,별달리 내세울 만한 이야기도 없는 까닭에 부끄러운 마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잘한 것이든 잘못한 일이든 솔직하게 기록한다면,그 또한 앞으로 우리 기업을 이끌어 갈 많은 사원들과 후배 경영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담일 수 있겠다 싶어서 용기를 내본 것이다. 다만 나는 늘 마음 속으로 약속을 한다. 이 세상에서 내 스스로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따라서 언젠가 책으로 엮여져 나올 내 자서전의 저자는 내가 아니라 그동안 도움을 준 분들과 광동 가족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