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코닉세그,이탈리아의 파가니,독일의 루프 등 대당 10억원을 웃도는 세계적 슈퍼카 제작업체를 거느린 지주회사의 사장이 한국인이라면 믿어질까. 3개 슈퍼카 업체의 지주회사인 ㈜SNTG 김보성 사장(39)이 바로 그 주인공. 김 사장은 2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에서의 슈퍼카 투자 및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08년까지 5년간 8천만달러를 투입,한국을 슈퍼카의 새로운 본거지로 만들겠다는 것. 슈퍼카는 도대체 어떤 차종일까. 기네스북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카로 인정했던 스웨덴의 코닉세그를 살펴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코닉세그CC 모델의 경우 수작업으로 한달에 2대,1년에 20대만 생산되며 올들어 전세계적으로 18대가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3대가 팔렸다. 수입판매가는 12억원대. 성능은 더욱 놀랍다. 6백55마력의 힘에 시속 3백90km의 스피드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백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3.5초. 김 사장은 "우선 코닉세그CC 슈퍼카를 50% 이상 국산화해 한국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1천4백만달러를 투자,한서대학교와 산학협동으로 '자동차기술학교(KAST)'를 설립하고 자동차 전문엔지니어를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고교 재학 중 미국으로 이민간 김 사장은 MIT대에서 MBA 학위를 받고 미국과 유럽에서 7년간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를 거친 후 홍콩계 미국회사로 자동차 액세서리업체인 노스폴 유럽법인장을 맡으면서 유럽 슈퍼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어 2000년 ㈜SNTG 지분을 매입하면서 코닉세그 파가니 루프를 차례로 인수했다. 3개 차종 모두를 보유하고 있는 슈퍼카 마니아이기도 한 김 사장은 "SNTG 개인 지분이 35%로 최대"라면서 "인터넷 관련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어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세계 자동차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슈퍼카 업계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라고요.벤츠 BMW 등 양산차 업체에 신기술 아이디어를 내도 받아주지도 않고 해서 직접 슈퍼카업체를 인수해보자고 결심한 것이죠." 김 사장은 슈퍼카 제작판매 사업이 수익성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명사 연예인 부유층 등 실수요자가 극히 제한돼 있어서다. 하지만 슈퍼카 사업의 매력은 다른 데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솔직히 슈퍼카를 판매해 얻는 매출은 전체의 40%도 안되지요.대신 슈퍼카의 첨단 신기술을 양산차 업계에 팔아 60%의 매출을 올리는 겁니다.그동안 사브에 변속기 기술,볼보에 엔진기술,스카니아트럭에 브레이크 기술을 판 게 대표적인 사례지요." 그래서 김 사장은 코닉세그가 개발한 탄소섬유 차체기술을 국내 현대자동차에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기존 자동차 강판에 비해 무게는 절반이지만 강성이 2~3배나 높은 첨단 소재다. 다만 제작단가가 비싼 게 흠이다. "현대차 연구개발팀이 우리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어요.다음달 중순께 공식 계약을 맺을 예정이지요.관련 이익은 상용화되면 일정비율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김 사장의 슈퍼카 드림이 한국과 해외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