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무역분쟁에 한국기업이 '유탄'을 맞는 사례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미국이 지난 19일 브래지어 등 중국 섬유류에 수입쿼터를 긴급 부과키로 결정하자 그 불똥이 여성 내의류 전문업체인 남영L&F의 칭다오 법인인 난난(南南)유한공사로 튄 것이다. 난난유한공사는 중국에서 브래지어 제품의 대미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업체. 이 회사는 올들어 10월 말까지 미국에 1천7백만달러어치의 브래지어를 수출했다. 지난 한 해 대미 수출의 2배가 넘는 물량이다. 하지만 미 정부가 내년부터 중국산 섬유수입 증가율을 전년 대비 7.5%로 제한하면 이 회사도 향후 대미 수출목표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이 회사는 금년 대비 30% 늘어난 2천6백만달러어치를 내년 중 미국에 수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목표치를 22.5%포인트(4백50만달러) 줄여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임영수 난난유한공사 총경리는 "대미수출이 호황을 누려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인력도 늘릴 계획이었다"며 "모든 확장 방침을 전면 보류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난난의 대미 수출 위축은 탄성직물 등 원부자재를 공급해온 남영L&F와 한국 내 협력업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다. 난난은 올들어 2천만달러어치의 브래지어용 원부자재를 본사와 관련업체를 통해 수입해 왔다. 이 소식으로 남영L&F 주가는 20일 개장 초 2만4천5백50원까지 치솟았다가 급락세로 반전, 최고가 대비 3.5% 떨어진 선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에서 반덤핑 제소를 제일 많이 받은 국가"라며 "국제통상분쟁이 거세지면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도 적지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