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먹구름 ‥ 검찰수사ㆍ카드 악몽에 해외증시도 '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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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악재들이 집중 부각되면서 증시 등 금융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재계 서열 2위 LG그룹 계열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의 대기업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공교롭게 신용카드사들은 은행권에 긴급자금 수혈을 요청, 시장에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검찰의 SK그룹 수사에 이은 카드사 유동성 위기로 전체 금융시장이 뒤흔들렸던 '올 3월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다.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우리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미국증시의 분위기가 최근 급반전되면서 외국인의 매도공세도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
◆ 세계 증시 기조 바뀌나
전일 미국증시의 급락이 아시아 증시의 동반하락을 초래했다.
미국증시는 지난 12일 '반짝' 상승을 제외하곤 최근 8일중 7일동안 하락하며 시장기조 자체가 바뀌는 모습이다.
이라크 내 정정 불안과 일본 등 선진국에 대한 대테러 경보령 영향도 있지만 달러화 약세, 유가 급등 등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시장에서 '사자'로 일관해온 외국인은 지난 18일 5백억원어치를 순매도한데 이어 이날은 1천1백억원 이상 팔아치웠다.
19일 종합주가지수는 3.65%(29.27포인트) 폭락해 대만(1.25%) 일본(2.9%)보다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
외우(外憂)도 문제지만 내환(內患)이 더 부각된 탓이다.
◆ 불확실성 던진 검찰수사
검찰이 전날 LG홈쇼핑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한화 금호그룹 등 다른 대기업그룹으로 수사 전선을 확대하면서 증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LG 한화 금호 등 검찰의 표적이 되고 있는 그룹의 대표주들의 주가는 이날 하한가 근처까지 급락했다.
CSFB는 이날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이번 수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의 재연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LG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면서 외국인을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에게 좋은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SFB는 "검찰의 수사 조기종결 방침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정치상황은 적어도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수사범위가 더 확대된다면 증시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계 2위의 LG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결과로 비자금 조성 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 기업 전체의 투명성 문제로 확대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재연되는 카드발 금융위기
LG카드가 은행권에 긴급자금을 요청하고 외환카드의 처리방향이 불투명해지면서 카드주와 주주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우리은행 등 8개 은행이 LG카드 정상화를 위해 2조원의 신규 자금을 제공키로 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원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국민은행 주가가 7.89% 폭락하는 등 은행과 증권주들도 불똥을 맞고 있다.
카드채 거래는 다시 끊겼고 투신권은 투자자의 환매요구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하룻동안 투신권에서 1조3천억원 이상이 이탈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벌써 6조3천억원이 환매됐다.
김승식 삼성증권 부장은 "내수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카드채 문제의 재발은 예견됐지만 실제 발발한 이상 그 여파는 적지 않다"며 "미봉책보다는 경영권 이전이나 은행과의 합병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며 늦어질 경우 일부 투신권의 환매가 이어지는 등 금융불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