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공동 회장은 18일 "한국이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던 루빈 회장은 이날 회고록 '불확실한 세계에서:월가에서 워싱턴까지의 어려웠던 선택들' 출간에 맞춰 뉴욕 외교협회에서 연설을 한 후 기자와 만나 "김 전 대통령은 위대한 영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에 내린 IMF(국제통화기금)의 처방이 나라별로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국내 정치력에 따라 그 결과는 달랐다며 "한국은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스티븐 보스워스가 경제에 대한 식견이 높아 위기극복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루빈 회장은 미국 정부의 중국 위안화 절상 및 자유변동환율제 채택 요구와 관련,"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평가절하됐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빈 회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그대로 안고 갈 수는 없다"면서 "만일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의 충격을 받을 경우 금리가 오르고 그로 인해 성장,투자 및 소비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약세는 거의 불가피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루빈 회장은 "미국 국민들은 국제화와 자유무역의 혜택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재무장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울브라이트 유엔대사가 국민들에게 국제화의 중요성을 교육시키는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행정부를 떠나는 바람에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고 소개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