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진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가증권매각손실을 통해 피보험자에게 자금을 지원했을 경우 발생한 손실은 불가피한 '비용'으로 봐야 하며 경영진에게 이에 대한 손배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금융시장 개방 및 자본 자유화 이후 경쟁 격화로 '살아남으면 번성하는' 보험시장 환경을 감안, 법원이 경영진의 적극적 의사결정을 존중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이주흥 부장판사)는 지난 99년 파산한 국제생명㈜ 파산관재인과 예금보험공사가 이 회사 전 경영진 6명을 상대로 "피보험자에 대한 편법지원으로 인한 회사손실을 배상하라"며 낸 131억8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시 회사 경영진은 97년부터 외환위기 등으로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자 ▲국제생명이 은행 CD 매입후 즉시 할인매각→은행이 기업체에 융자→융자받은 기업체가단체보험 가입 ▲국제생명이 CP(기업어음)인수후 할인매각→CP발행사가 단체보험 가입 등의 방법으로 96년 4월~98년 8월까지 170억여원의 매각손실을 보고 27개사에서2천416억원의 단체보험을 유치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경영진이 이 기간 170억여원의 금융상품 매각손실을발생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누적적자와 대주주의 증자거부 등으로 금융기관 대출마저 어려웠던 사정상 자금 우회지원을 통한 매각손실은 유동성 부족 해소를 위해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170억원 손실은 2천416억원의 이자비용으로 볼 수 있고▲당일매각한 유가증권 손실은 예측가능하며 ▲2천146억원은 이 기간 유치한 보험의28%에 달하고 ▲같은 규모의 보험유치시 소요 비용보다 적은 점 등을 감안하면 회사에 실질적 손실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험업법 156조 1항 4호는 보험사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특별한 이익 제공을 약속하거나 보험료 할인 등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보험회사의 재산운용에 관한 준칙 제4조와 보험감독규정 47조는 보험사업자가 재산을 최대한효율적으로 운영해 안전성과 수익성, 유동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