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자민련 등 정치권은 17일 이라크 주변의 폭탄테러와 국지전 등 현지상황이 급변함에따라 추가파병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에 들어가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각 당은 또 방한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예방하고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가짐에 따라파병문제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각당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라크 파병반대 국민행동'을 중심으로 추가파병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파병 동의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파병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당론 수렴 등 대책 마련에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 조웅규(曺雄奎) 국회 통외통위 간사, 박세환(朴世煥) 국방위 간사가 참석한 가운데 최병렬(崔秉烈) 대표 주재로 상임운영위원회의를 열어 요동치는이라크및 주변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추가파병에 대한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파병 불가피론이 우세한 가운데 이라크 주변 상황 악화에 따른 신중론도 제기됐으나 한.미 협상 등을 좀더 지켜본 뒤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히면 당내에서 공론화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웅규, 김용갑, 박세환 의원 등 일각에서는 치안유지군 파병 불가피론을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당론 채택시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시민단체와 대립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진(朴 振) 대변인은 "이라크 및 주변국가의 테러 등 이라크 주변상황과 당차원에서 입수한 정보, 정부간 협의한 내용, 외교통상부의 입장 등을 놓고 광범위한토론이 이어졌다"며 "그러나 파병에 대해서는 정부가 먼저 결정한 뒤 당내 논의에착수한다는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병문제는 현지상황과 국익, 국민여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이라크 테러 이후 불안 및 우려 상황이 있는 만큼 국가이익차원에서 파병을 하더라도 명분과 실익이 있는 파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웅규 의원은 "파병반대론자들이 매우 감정적이며, 반대론자 가운데는 미군철수까지도 연계하는 분들이 있다"며 "파병은 광의의 세계질서 유지 및 민주주의의 세계화 차원에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관계는 동맹이자 특수관계로 우리나라가 미국을 돕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미아가 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기능중심 부대나 3천명의 지역담당 파병안 모두 동의하며, 숫자는 많아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임태희(任太熙) 대표 비서실장은 "이라크 및 주변상황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가진 정부가 결정을 내리면, 국회에서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묻고 신뢰할 수있다면 지지하고, 그렇지 않다면 지지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 파병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정부가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한 이후 당론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김영환(金榮煥) 정책위의장 등 일부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한 당론 확정을 미루는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파병문제에 관한 민주당의 당론은 오는 28일 전당대회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 확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력후보로 꼽히는 조순형(趙舜衡) 의원과 추미애(秋美愛) 의원중 누가 상임위 의장(대표)에 당선되느냐와 최고위원격인 상임중앙위원 4자리를 어떤 성향의 의원들이 차지하느냐가 당론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은 이날 "이라크 현지상황이 갑자기 악화됐기 때문에 파병은 전면적으로 재검토 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영환 의장도 "미국도 조기철군을 시사하고 있는데 파병 자체를 재검토해야할 상황"이라고 가세했다. 경선 출마를 고려중인 강운태(姜雲太)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3천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험한 지역에 전투병을 파병한다는 것이 잘못"이라며 "비전투병 파병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순형 의원의 경우 수차례 전투병 파병의 불가피성을 주장해왔고, 한미동맹 관계 등 현실론을 들어 전투병을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많아서 당론결정까지 적잖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이와관련, 최명헌(崔明憲) 최고위원은 "남북 대치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전투병 파병이 불가피하고, 파병된 병력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파병규모를 여단 수준으로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 '비전투병 위주의 파병'으로 당론을 모았지만, 이라크 상황변화에 따라 파병여부및 시기 등에 대해 정부가 보다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의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변화와는 별도로 의원별로 대미관이나 국제적 상황인식을 놓고 상당한 의견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당내에는 '자주적' 입장에서부터 한미동맹에 무게를 둔 '현실적' 입장까지 상당한 편차가 있다. 장영달(張永達) 국방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서희.제마부대도 상황악화로 영외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비전투병 파병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상황이 극도로 악화될 경우 파병시점에 대해 신축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金富謙) 원내부대표도 "일본조차 파병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못 보내 안달하는 것처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국회조사단도 예정돼있는 만큼 한미동맹, 이라크와의 관계, 국내사정, 군의 안전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저쪽(이라크) 상황이 안좋아서 자꾸 얘기들이 나오는 것인데 파병이 쉬울 때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현실적 접근에 무게를 둔뒤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 있어 상황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논의과정에서 파병를 지지했던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정부가 미측대표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안된다"면서 "국민여론도 중요하지만 국민앞에서 최대의 국익을 찾기 위한 의견수렴을 정치권이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고일환 김중배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