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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특검법과 정치개혁의 時테크..洪準亨 <서울대 교수·공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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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불법자금수수 사건 등 노무현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자 법무부와 검찰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법무부와 검찰의 이런 움직임에 언론은 그 주류 비주류를 막론하고 유난히도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 와중에 노 대통령이 '특검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없지만, 시간조절용 재의 요구 같은 것은 있을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함으로써 다시 야당들이 부글부글 끓었다. 특검법의 시간표에 따르면, 법률이 공포되더라도 특검의 임무완수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되니 거부권 행사로 버는 시간까지 합치면 근 4개월이라는 기간이 필요하게 된다. 4개월이 지나면 곧 바로 총선 문턱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시계는 내년 4월의 총선에 맞춰져 있다. 최돈웅 사건으로 한동안 수세를 면치 못했던 한나라당은 최도술 사건을 파고들어 맞불을 놓음으로써 총선에 임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하고, 열린우리당 역시 검찰에 대선자금 사용명세서를 제출하며 내년 총선을 위한 발가벗기 참회게임을 시작한 형국이다. 시계가 총선용으로 바뀐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개혁의 타이밍이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은 가장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방식으로 정치개혁이라는 의제를 설정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실호기,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건전성 회복은 정치자금 불법 수수 및 사용에 대한 검찰수사만으로도 거의 달성될 터이고, 후진성 극복은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국회의장 주도로 정치개혁특위 자문기구로 설치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에 거는 기대도 결코 작지 않다. 내년 총선은 적어도 새로 개혁된 룰에 따라 치러야 하고 이를 통해 정치의 물갈이를 실현시켜야 한다. 특검법을 받고 안 받고 하는 문제는 어쩌면 부차적인 일이다. 대통령의 선택은 그런 뜻에서 명확하다. 특검법을 받고 검찰이 대선자금 등 정치자금 수사에 전력투구하도록 하는 일이다.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는데도 좋고,혹시 더 큰 문제가 드러나는 일이 생길지라도 정치개혁의 제단에 몸을 바친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결단으로 임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법무부와 검찰이 특검법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는 것은 반헌법적 기도는 아니고 오히려 헌법재판을 통해 권력분립의 범위와 한계를 밝힌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찰이 특검법에 대한 대응책으로 최도술 사건 수사의 조기종결에 집착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만에 하나라도 대통령의 '시간조절용 거부권행사'를 기대하며 사건수사를 서두른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검찰은 특검법 공포에 대비해 이제라도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늦어도 대통령이 특검법을 공포하면 수사를 중단하고 기존의 수사에서 제대로 밝히지 못한 내용들을 미결사항으로 남겨 특검에 인계할 준비를 하는 한편, 대선자금 등 정치자금 수사에 전력을 쏟아 정치개혁의 대역사를 뒷받침하는 것이 백번 옳은 길이다. 법무부가 특검법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통해 총선시계의 진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모습도 결코 아름답지는 못하다. 정국은 혼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일련의 근로자 자살을 계기로 촉발된 유혈시위와 시위주동자에 대한 대대적 구속이 이어지며 노정갈등이 악화일로를 치닫는 상황이다. 건국 이래 한번도 보지 못했던 정치개혁의 호기가 서서히 소실되는 기미를 보인다. 그런 가운데 살얼음판 위를 걷듯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었던 참여정부의 첫 해가 어느덧 저물고 있다. joonh@snu.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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