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을 주로 출판하는 자유문고가 1986년부터 펴내고 있는 '동양학 총서' 시리즈가 50권을 돌파했다. 제1권 '정관정요(貞觀政要)'를 낸 지 17년만이다. '동양학 총서'가 담고 있는 고전의 내용은 방대하다. 사서삼경과 '노자도덕경''장자''묵자' 등 옛 성현들의 사상과 철학은 물론 '소학(小學)''명심보감과 격몽요결' 등 학생들을 위한 수양서도 나왔다. 또 중국 양나라 때 혜교가 지은 '고승전'과 명나라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당나라 육우(陸羽)의 '다경(茶經)'과 일본 영서 선사의 '끽다양생기'를 합쳐 현대문으로 재해석한 '다경' 등 다양한 교양서까지 망라하고 있다. 50권째로 나온 '악기'(이영구 엮음,1만2천원)는 '예기''여씨춘추''주례' 등 중국 고전에 산재한 음악 이론과 관련 내용을 모두 뽑아서 묶은 책이다. 그러나 50종의 책 가운데 베스트셀러는커녕 원가를 보전할 만큼 팔리는 책조차 거의 없다. '순자'가 1천부 가량 팔렸을 뿐 초판 3천부를 소화하는 데 몇년씩 걸리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동양학 총서'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었던 것은 상당수 고전을 직접 번역한 이 출판사 이준영 사장(55)의 집념과 60여명에 이르는 후원인들 도움 덕분이다. "현대인의 메말라가는 인성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선현들의 지혜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없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여기에 공감한 대학교수 문인 언론인 등 지식인은 물론 제본소 사장,서점 주인,경찰서 강력반장 등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보태왔다. 이 사장은 "진지함이 조소를 받는 부박(浮薄)한 시대에 가볍게 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동양학 총서를 1백권까지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