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동자금을 중소기업으로 .. 南周廈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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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부동자금이 4백조원이 넘는데도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금융회사들은 중소기업의 부도위험을 우려하여 대출을 축소하고 있어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자금의 축소를 우려한 대책들을 내놓고는 있으나 미봉책에 그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당분간 풍요 속의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부터라도 부동자금을 중소기업으로 유도하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이 담보 없이도 자금을 쓸 수 있게 하려면 회계자료의 투명성 확보와 신용정보 인프라 구축,그리고 금융회사의 합리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의 구축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들이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려면 무엇보다 금융회사에 제출되는 중소기업 회계자료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총자산 70억원 이상의 기업들은 외부감사를 받아 어느 정도 회계자료를 신뢰할 수 있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분식이나 무자료 거래로 인해 회계자료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인들은 자신들의 회계자료에 대해 20∼30% 정도 믿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금융회사들은 중소기업인들보다 두 배 이상 중소기업의 회계자료를 불신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우선 외부감사 대상 기준을 총자산 50억원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총자산 50억원이상 70억원이하 기업에서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들에는 법인세 감면이나 외부감사 비용 보조,그리고 정책자금 우대지원과 같은 유인책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분식회계나 무자료거래로 인한 불이익에 대해서는 향후 3년동안 제재를 유예하고,금융회사들도 신용평가시 가산점을 부과하여 중소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한시적으로 과거 3년간 국세 지방세 관세 체납사실이 없고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전기요금 연체사실이 없는 중소기업들에는 정책금융기관에서 일정한도까지 무담보 대출을 시행하고,총자산 50억원이하 기업들이 외부감사까지 자발적으로 받는다면 한도를 추가적으로 확대하여 무담보 대출 또는 보증을 시행한다면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기업신용정보의 인프라 구축은 차치하고서라도 공공신용정보의 공개와 유통이 활성화된다면 중소기업의 우량·불량 여부가 더욱 쉽게 가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산재보험료 고용보험료 전기요금 등의 연체 또는 체납정보가 신용정보 집중기관인 은행연합회에 집중된다면 중소기업들에 만연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완화되어 중소기업으로의 부동자금 유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공공정보의 공개와 유통 활성화는 신용정보업법의 일부 개정과 공공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협조만 있다면 단기간에 가능하며,정부는 공공신용정보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합리적인 신용평가를 위해서는 신용평가를 재무모형,비재무모형,공공기록 정보 및 회계의 투명성 부문,그리고 사업성 및 기술성 부문으로 나뉘어 각 부문별로 획기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재무모형에서는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너무 많은 재무비율들을 사용하여 신용평점의 평탄화를 초래하고 있으며,비재무 모형에서는 비재무정보의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못해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을 파악하는 데에 비재무정보의 실질적인 역할이 미흡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사업성이 원금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나 신용평가시에 사업성의 배점이 낮고 기준이 모호하여 성장가능성이 높고 기술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직면하고 있다.
기술력이 높고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에는 정책금융기관에서 무담보대출을 일정한도 내에서 실시한다면 복잡한 신용평가시스템보다도 오히려 정확한 신용위험 파악이 이루어져 원금 상환이 안전하고,우리경제의 장기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중소기업으로 부동자금을 실질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이면서도 실행 가능한 정책들의 동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namjh@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