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네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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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에서는 온갖 진기록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진기록을 깨려는 사람들의 도전 역시 흥미를 끈다.
그러나 때로는 기록을 경신하려는 의욕이 지나쳐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고 얼빠진 짓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놀랄만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에게 찬사와 탄성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출판된 2004년판 기네스북에도 6만여건이나 되는 희귀하고 황당한 기록들이 새로 올랐다.
닭을 잡은 최단 시간은 4.4초였고,30초 동안에 벌레 95마리를 삼킨 엽기적인 내용도 있다.
러시아의 한 여인은 69명의 자녀를 낳았는가 하면 한 네덜란드인은 비행기에 비치된 구토용봉지를 3천여개나 모아 세계기록 보유자가 됐다.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여배우로는 미국의 카메론 디아즈가 등재됐다.
지난 1955년부터 세계 최고 기록만을 모아 해마다 발간하는 기네스북의 판매부수가 1억권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1억권 이상 판매된 책은 성경과 코란,해리포터시리즈뿐이어서 기네스북의 성가를 짐작할 만하다.
그런 까닭에 영국 도서관에서는 가장 분실이 빈번한 책이란 색다른 기록도 갖고 있다.
기네스북의 출판은 우연한 논쟁에서 비롯됐다.
'기네스 맥주'회사의 상무였던 휴비버 경은 물떼새의 일종인 '골든 플로버'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자,이런 유의 의문을 풀 수 있는 책이 유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런던의 리서치센터에 제작을 의뢰했다.
당시 기록광으로 이름을 떨치면서 이 센터를 운영하던 쌍둥이형제 노리스와 맥휘더는 세계 최고기록들을 조사해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1백98쪽의 책(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을 만들었다.
'기네스북'이란 이름은 후비버 경이 근무하던 양조회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기네스북이 인정한 한국기록들도 많다.
울릉도의 향나무와 안동의 우향계가 최고령나무와 가장 오래된 계(契)모임으로 올라 있으며 몇몇 초소형 전자제품도 공인을 받고 있다.
그런데 2001년 7월 한국기네스협회가 인증 남발로 세계기네스협회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탓에 그 이후 우리 진기록들이 사장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