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주한 캐나다대사관과 캐나다교육원이 지난 10월25∼26일 이틀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03 캐나다 유학ㆍ연수 박람회'에는 모두 6천여명의 관람객들이 몰려 발 디딜틈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보드웰 공립학교의 엠마 로드리게스 마케팅 부장은 "한국은 일본보다 유학시장이 커 캐나다의 각 학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중구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영국유학 박람회'에도 수천명의 대학생과 직장인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 2 현대홈쇼핑이 지난 10월9일 오후 10시50분부터 90분간 진행한 캐나다 마니토바주 이민 상품 방송에 모두 2천9백35명의 상담 신청자가 몰렸다. 앞서 지난 9월28일 1차 방송 때도 방송 80분만에 9백83명이 신청했다. 특히 이민 상품을 신청한 사람의 60%가 20∼30대일 정도로 젊었다. 호주 이민알선 전문업체인 파라마타 이민법률의 김윤수 대표는 "이민이 저소득층에서 점차 중산층 이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영어권 나라들이 꾸준히 이민자격을 까다롭게 강화하고 있지만 이민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해외이주자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 2000년에는 1만5천여명에 달했고 2001, 2002년에도 각각 1만1천명을 넘었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6천9백34명이 다른 나라에서 삶을 꾸리기 위해 한국을 등졌다. 이민 희망자의 증가에는 교육열도 한몫 한다. 사교육비로 아이 1명당 한달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백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아이와 엄마만 다른 나라로 조기유학을 보내는 '기러기 아빠'가 늘면서 "이럴 바에는 아예 이민을 가버리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민알선업체인 온누리이주공사 안영운 사장은 "요즘 이민 상담자의 70∼80%는 이민을 가려는 이유로 자녀교육을 꼽는다"고 말했다. 유학도 크게 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해외 유학 인구는 지난해말 현재 15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조기유학이 급증세를 타고 있다. 지난 95년 2천2백59명에 머물렀던 초ㆍ중ㆍ고 조기유학자는 외환위기 여파로 98년 1천5백62명까지 줄었다가 다시 늘기 시작, 2001년에는 7천9백44명으로 증가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1만명을 훨씬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캐나다만 봐도 지난해 유학(단기 어학연수 포함)을 목적으로 캐나다 정부로부터 비자를 받은 초ㆍ중ㆍ고교생은 모두 1만4천여명에 달한다. 유학비자를 받은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 비율은 지난 2001년 7.8%에서 2년만인 올해 9월 16.5%로 배가 넘게 늘었다. 이처럼 유학이 크게 늘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국제화'를 꼽는다. 홍영규 아폴로해외이주 대표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꿈을 펼칠 나라를 찾기 위해 매년 2억명이 넘는 인구가 외국으로 이동하고 있을 정도로 유학이나 이민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학이 모두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치밀한 계획 없이 유학을 떠나 수천만∼수억원의 돈을 쓰고도 그만한 성과를 못 거두는 경우도 있고 현지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외국어나 전문기술은 익히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민도 마찬가지다. 치밀한 목표와 꼼꼼한 사전 계획없이 이민에만 매달리다가 현지에 가서 적응을 못해 몇년만에 다시 역이민을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