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측의 입장 발표를 접한 현대그룹은 당초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일단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들의 입지가 취약해졌다는 측면에서 불안감 또한 적지 않다. 현 회장은 이날 "그동안 다소 오해도 있었지만 이제 더욱 새로운 마음으로 독립적인 경영기반을 다져 현대그룹의 발전에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안도속 긴장 현대그룹은 표면상으론 조용한 분위기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그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나설 경우 현 회장으로서는 중대 기로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어머니 김문희씨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18.6%) 덕분에 회장 자리를 유지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명실상부한 대주주로 떠오른 KCC 측이 굵직한 경영현안을 직접 조율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 명예회장이 옛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들의 부실 과정에 책임이 있는 전문경영인들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말을 전후로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현 회장으로서는 정 명예회장의 요구를 뿌리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현대차 "이름도 거론 말라" 현대차는 이번 사태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연관지으려는 시각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름 자체도 거론하지 말라'는 분위기다. 현대차 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이번 일과 관련해 정 명예회장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며 현대그룹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엔 전혀 변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도 이번 사태 발생 이전부터 현대그룹과 관련한 일에는 줄곧 중립을 지켜 왔다며 KCC와의 사전 협의나 향후 동조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