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sb@ekdp.com 정치자금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요즘같이 경영 환경이 어려운 때 우리 기업인들이 죄다 부도덕한 사람들로 매도될까봐 걱정이다. 기업이 정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이야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인데,유독 우리나라만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그 원인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약속은 바로 적법한 절차와 투명한 집행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불법과 편법을 동원했기 때문에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한 것이다. 약속의 중요성은 정치자금법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신호를 지키지 않는 일을 단순히 교통 딱지나 떼이면 되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들 하나하나가 사소한 약속쯤은 무시해도 좋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사회의 신뢰가 허물어지고,결국 온 나라가 무법천지가 되는 엄청난 결과를 야기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작금의 정치자금 문제도 그렇다. 돈을 주고 받은 사람들이야 오랜 관행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무심히 편법을 쓰며 약속을 어겼지만,그 하나하나가 쌓이고 쌓여 결국 정치 경제 사회전반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나는 오래 전부터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면 지하철을 탄다. 서울 시내의 교통 상황이 워낙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약속시간을 지키려면 그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다. 덕분에 꽉막힌 도로를 보며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고,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을 아껴 다른 업무를 볼 수도 있다. 또 지하철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옛날에 주제 넘게 내가 직접 회사 광고 모델로 TV에 얼굴을 비친 적이 있어 더러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오는 이들이 있는데,그럴 때면 돈 들이지 않고 광고효과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하기까지 하다. 나는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지하철을 타며 약속시간을 지킬 생각이다. 그 작은 약속 하나 하나가 신뢰를 얻는 재산이며,나아가 기업인으로서의 더욱 큰 약속을 지키는 자세를 익혀가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누구나 작은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면 더이상 정치자금으로 나라와 기업이 혼란에 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