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신한BNP파리바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2.82%를 매집한 주체가 정상영 KCC 회장으로 확인되자 만일에 빚어질 수도 있는 지분 경쟁까지 염두에 둔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현대그룹측은 특히 KCC측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고 정몽헌 회장 지분 일부를 매각, 김문희씨의 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담보빚을 상환하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6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대량 매집한 사모펀드의 자금은 대부분 KCC쪽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범 현대가에서 공동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측은 이날 범 현대가 계열사를 대상으로 펀드 참여 여부를 묻는 등 현대가의 움직임을 면밀히 탐색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현대백화점 등 일부 현대가에서는 펀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현대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같은 정황을 감안한 듯,현대 관계자는 "KCC쪽이 주식 매집에 대한 여론 부담을 덜기 위해 범 현대가에서 주식을 사는 모양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통해 단기간에 걸쳐 주식을 매집한 만큼 우리의 우호주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만약 우호 주주 역할을 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면 사전에 자신들과 상의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다고 현대그룹은 KCC의 주식 매입 목적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것이라고 못박지는 않고 있다. KCC가 매입 목적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반응을 보였다가 전면적인 지분 확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정은 회장이 당장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분을 매입할 자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측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지는 것. 지금의 지분 구조에 비춰볼 때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KCC측과 적극적인 화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이 KCC의 지분 매집을 우려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KCC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위해 주식을 매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런 화해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