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BNP파리바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집한 투자자가 KCC 등 범 현대가 기업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그룹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KCC가 중심이 된 현대 관련사들의 지분이 언제든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지분 확보를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상영 KCC 명예회장 측은 현재로선 엘리베이터 경영권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돼 있는 현대그룹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란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상영 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사후 현대그룹의 미래를 상당히 걱정해온 것이 사실이다. 맏형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군 기업이라는 점이 애착의 근인이다. 지주회사격인 엘리베이터와 상선 지분 일부를 확보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 명예회장은 이런 과정에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오너가 사라진 현대그룹의 경영을 돕기 위해 '섭정'할 수도 있다는 의도를 내비쳤던 것. KCC측이 현대 관련사와 공동으로 펀드를 결성,엘리베이터 주식을 추가로 매입한 것은 현재 1대주주이자 고 정몽헌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측이 정상영 명예회장의 '섭정 발언'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희씨 측은 정 명예회장의 섭정 얘기가 흘러나오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게 사실. 당초 정 명예회장측은 전문 경영인을 내세워 현대그룹을 이끌어갈 방침임을 밝혔지만 김문희씨 측은 정몽헌 회장의 2세들에게 그룹을 넘겨줄 때까지 미망인인 현정은씨가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이에 따라 현정은씨는 지난달 21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를 통해 회장으로 선임돼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현대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정상영 명예회장은 김문희씨측의 현대그룹 독자 경영 방침에 줄곧 난색을 표명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현대그룹 경영권은 정씨 가문이 지켜야 한다는 게 현대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범 현대가 기업들은 정 명예회장의 이같은 입장에 공감해 추가로 주식을 확보하는 데 동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엘리베이터 지분 매입에 참여한 현대 관련사들은 정 명예회장이 당장 경영권을 인수하려 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정은 회장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이른바 '섭정'의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은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 경영권을 두고 집안간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현대가에서 나서 양측간 화해를 유도할 경우 일단 경영권 다툼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띨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익원.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