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기도 해라. 숨대롱 달린 물안경 쓰고, 발에 딱 맞는 오리발 차면 준비 끝이다. 되도록 온 몸의 힘을 빼고, 팔을 편안히 앞으로 뻗은 채 엎드려, 물이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면 만사 OK. 울긋불긋 산호와 알록달록 열대어 차지인 물밑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이 절로 휘둥그레진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물 흐름에 하릴없이 밀리다 보면 갑자기 눈에 띄는 움푹 패인 바닥과 시커먼 바위덩이들에 화들짝 놀라기 십상이다. 기껏해야 수심 3~4m인데 어찌 그리 깊고 무시무시해 보이는지… 그래서 외면한다고 급히 몸을 돌리다 보면 한 입 가득 물게 되는 짜디 짠 바닷물에 또 한 번 혼비백산. 물이라면 겁부터 집어먹는 왕초보의 감추고 싶은 동남아 스노클링 체험일기의 한 쪽이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리 놀랬어도, 걸어다니며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의 조각은 강렬하게 남아 있을 터. 이번에는 스노클링에 더해 스쿠버다이빙에 도전, 그 별난 세상의 안쪽 깊숙이 들어가는 대문을 활짝 열어젖힐 차례다. 필리핀 세부 막탄 섬으로 향한다. 막탄 섬은 투명한 바닷물과 백사장으로 유명한 휴양섬. 세계적인 스노클링ㆍ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많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스쿠버다이빙 체험의 전진기지는 섬 북쪽의 블루윈드 리조트. 예전의 TV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에서 차력사 청풍거사 역할을 했던 탤런트 송경철씨가 운영하는 스쿠버다이빙 전문 리조트다. 송씨는 경력 20년의 스쿠버다이빙 도사. 리조트 바로 앞바다는 물속 사진 촬영을 하기에 알맞은 풍경을 자랑하고, 필리핀 전통배인 방카를 타고 40분 정도면 망치머리상어, 고래상어도 볼 수 있는 올롱고 섬에 닿는 등 스쿠버다이빙하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탤런트 선후배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먼저 수영장에서 하는 스노클링 기본교육. 바닷물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방법을 1시간여 동안 찬찬히 배운다. 초보자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교육 뒤에는 스노클링 호핑투어. 올롱고 섬으로 향한다. 물에 뛰어들기 전 얇은 슈트를 입는다. 물이 따뜻한 편이어서 맨몸으로도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지만, 체온을 오래 유지하고 햇볕에 등이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슈트 착용이 필수다. 준비 된 사람부터 피딩스노클링에 나선다. 소시지와 식빵조각을 꺼내 들면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귀여운 열대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천천히 다가와 재빠르게 소지지를 낚아 채는 열대어들의 모습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제법 큰 열대어의 입이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이 새롭다. 용기를 내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물속에서 재주를 넘으면 열대어들이 확 흩어졌다 모인다. 아래는 산호무리가 울긋불긋 저마다의 색깔을 자랑한다. 한나절 스노클링 뒤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한 인근 무인도에서의 피크닉도 즐겁다. 싱싱한 해산물이 식욕을 돋운다. 다음날은 기다리던 스쿠버다이빙 체험. 리조트 앞 바지선으로 이동한다. 수심 4~5m 지점에 형성된 산호 무리가 곧 30~40m 바닥으로 떨어지는 절벽형 지형. 다양한 수중생물들이 밀집해 있어 다른 어는 곳보다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체험다이버 2명에 한국인 강사 1명, 필리핀인 다이브마스터 1명이 따라 붙어 안심이다. 스쿠버다이빙은 물 위에서 하는 스노클링과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새파란 물속 세상은 무엇인지 꽉 찬 느낌을 갖게 한다. 산호마다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열대어의 모습도 스노클링 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한창 무르익은 설악산의 멋진 단풍을 보는 듯하다. 너무 아름다워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다. 처음 물에 뛰어들 때의 두려움은 어느새 간 곳 없다. 소시지 조각을 먹기 위해 사방에서 몰려드는 물고기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실력을 겨룰 정도로 여유만만이다. 그리고 물 밖으로 나와 즐기는 해양레포츠. 3백60도 회전하는 매직보트, 패러세일링에 웨이크보드까지 다양한 해양레포츠는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의 멋진 기억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준다. ----------------------------------------------------------------- < 여행수첩 > 세부는 필리핀 제2의 도시다. 필리핀 중부 비사야군도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인구는 2백50만명. 필리핀 최초의 요새인 산페드로 요새, 마젤란십자가, 산토니뇨 성당 등 스페인 식민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세부시를 중심으로 20km 이내에 산재해 있다. 수제기타가 유명하며, 대리석과 비슷한 세부 석재의 산지이기도 하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페소. 요즘 환율은 1페소에 22원 안팎. 송경철씨가 운영하는 블루윈드리조트가 있는 막탄 섬은 세부시 동남쪽의 작은 섬. 8백64m 길이의 막탄대교로 세부 섬과 연결돼 있다. 국제공항이 있으며, 북쪽에서부터 탐블리, 코스타벨라, 코럴리프에 이르기까지 산호바다와 고운 백사장으로 이루어진 해안에 호화 리조트가 줄지어 있다. 필리핀항공과 세부퍼시픽이 세부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4시간 정도. 마닐라에서 세부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30분 걸린다. 한국스노클링협회(www.cusa.or.kr)와 스킨스쿠버 전문교육원 산호수중(02-478-2663ㆍwww.ssd.co.kr)은 세부 블루윈드 리조트에서 즐기는 '호핑 스노클링 & 체험다이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3박4일 일정으로 13ㆍ20ㆍ27일 출발한다. 초보자를 위해 스노클링부터 스쿠버다이빙까지 가르치는 '체험다이빙' 상품은 1인당 62만9천원. 전문 다이버끼리 하루 3회 다이빙을 즐기는 '펀다이빙' 상품은 75만원. 체험다이빙을 마친 이들에게는 한국스노클링협회에서 발급하는 스노클다이버 수료증을 준다. 스노클링과 다이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비디오영상을 CD에 담아 선물한다. 마지막 날 세부시의 관광명소도 둘러본다. 서울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경우 50% 할인(15만원) 혜택도 받을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