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남부를 뒤덮고 있는 불길이 멕시코 국경너머까지 침범, 최소 18명의 희생자를 내고 60만(7억3천452만평)여를잿더미로 만들었다.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카운티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한국시간 29일 오전 8시)현재 산불은 인구 130만이 밀집한 LA 서북부 샌퍼난도 밸리 고급주택가를 위협하는 등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않아 주택과 각종 구조물 1천552채를 폐허로 만들었다.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LA 서북부 화재현장을 방문, 이번 산불은주(州)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피해액은 약 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랜초 쿠카몽가, 샌버나디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화, 강풍을 타고 빠르게번진 산불은 곳곳에서 불길이 합쳐지면서 파괴력이 증폭돼 LA 북서부 근교에서 멕시코 국경 남부 90km 엔세나다까지 거대한 띠를 형성, 크고 작은 도시를 위협하고 있으며 검은 연기는 뭉게구름이 되면서 하늘을 엎어 일부 도로에서는 한낮에도 차량들이 전조등을 켜고 달렸다. 또 재(灰)가 수 십km 밖까지 날려 샌타 모니카 해변에서는 싸락눈처럼 흩날렸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만 16명, 멕시코에서 2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 명의 중경상자가 발생,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부속병원 등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민이 속출, 적십자사와 카운티 정부가 마련한 임시대피소에 수용됐다.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캘리포니아내 산림, 야산, 주택만 60만에이커가 넘어 이미 미 동부 로드 아일랜드주의 4분의 3를 웃도는 땅이 쑥대밭이 됐다. 샌 버나디노카운티는 지난 25일이후 약 450가구의 주택이 전소됐고 2명이 숨졌으나 방화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산불은 10%가량만 잡힌 상태다. 주(州) 방위군이투입되는 등 진화인력을 늘렸지만 워낙 불길이 거세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길잃은 사냥꾼이 위치를 알리기 위해 놓은 불이 커진 것으로 추정되는 샌디에이고 산불은 15만에이커를 태우면서 13명의 목숨을 앗아가 가장 많은 인명패해를 냈으며 미라메사, 파웨이 등 주택가 한인 1천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LG전자 미국법인LG 인터콤(대표 배재훈)도 산불위협으로 전날 인근 호텔로 대피했으나 불길이 잡히면서 정상업무에 복귀했다. 카운티 셰리프국 등 치안담당 관리들은 사망자들의 경우 집에 미련을 갖고 막판까지 대피를 주저하다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모하비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실은 샌타 애나 강풍은 최근 시속 100km를 웃도는 속도로 몰아쳐 불길을 키웠으나 습기를 동반한 바람은 주말께나 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올 것으로 예상, 산불피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기상당국은 예고했다. 주 정부에 따르면 산불진화작업에 인근 애리조나와 네바다 등지에서 소방관들이지원, 1만1천여명이 투입됐으며 소방헬기 출동 등 이날 현재 이미 2천400만달러가투입됐다고 덧붙였다. 산불은 또 로널드 레이건 프리웨이 등 주요 고속도로 통행을 막아 수십만 주민들이 발길이 묶이고 일부 항공노선이 취소, 지연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전날 재해지역을 선포,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보조금, 대출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하고 연방 재난관리국(FEMA) 요원들을 긴급 파견했다. 이번 산불 가운데 2-3건은 방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나 전날 애리조나 리퍼블릭 등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알-카에다 소행'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키 햄튼 미 연방수사국(FBI) LA 지부 대변인은 "테러리스트의 방화가능성은전혀 없다"고 말했으며 LA카운티 검찰청 스티브 쿨리 검사장도 "일부 정신질환자 등의 소행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말하는 테러범들의 계획된 방화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