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看板방식 원조 '모토마치 공장' ] 나고야에서 도카이 고속도로를 타고 40분 정도 달리면 도요타(豊田)시가 나온다. 도요타자동차의 회사명과 똑같은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도시 곳곳에 도요타의 혼이 짙게 배어 있다. 원래 이 도시의 이름은 '고로모'였다. '도요타'로 바뀐 것은 1959년. 섬유업을 하던 도요타가 자동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해 모토마치(元町)공장을 세운 해이기도 하다. 모토마치 공장에 들어서면 생산라인이 예상보다 짧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좁은 편이지만 그래도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작년 한햇동안 도요타식 생산방식을 엿보기 위해 이 공장을 찾은 방문객은 총 36만명. 이중 1만7천명이 외국인이고 한국 사람도 2천명에 달했다. 그들은 이곳 모토마치 공장에서 도요타식 혁신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생산목표와 현장의 문제를 공유 모토마치 공장 근로자들은 통상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야간작업이 없는 하루 1교대 체제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은 생산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을 때만 지켜진다. 목표 대수를 채우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잔업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30분. 공장의 어셈블리 표지판에는 '금일 생산목표 1백95대' '가동률 92%' '현재 실적 대수 76대'란 사인이 들어왔다. 이런 추세라면 퇴근 시간까지 목표량에서 7대가 모자라고, 이를 채우기 위한 잔업을 해야 한다. 모든 생산 근로자가 생산 정보를 철저히 공유하고 있다. 또 정보게시판은 정상ㆍ이상발생ㆍ이상발생 라인정지를 상황에 따라 알려준다. 이상 발생이 감지되면 작업자는 즉시 옆에 있는 하얀 줄을 잡아당긴다. 줄을 잡아 당기면 경적소리가 울리며 공장 전체에 긴장감이 흐른다. 문제를 해결한 후에야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포드의 대량생산 방식에서는 오직 고급 관리자만이 공정을 중단시킬 수 있지만 도요타에서는 누구나 문제가 있으면 공정을 중단시킬 수 있다. "도요타는 생산현장은 물론 여러 경영과제에 대해 위기를 공유하는 활동을 중시한다. 다시 말해 모두가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가 무엇인지 공유하고 이에 맞춰 행동하고 있다."(우치야마다 다케시 기술담당 전무) ◆ 다품종 소량생산 모토마치 공장에서는 크라운ㆍ프로그레스ㆍ마크Ⅱ 등 4종의 대형 승용차를 한 라인에서 만든다. 작업자들은 작업 지시에 의해 부착해야 할 부품을 익숙한 솜씨로 조립한다. '크라운'에 배선을 깔던 근로자가 이번에는 '마크Ⅱ'를 조립하는 방식이다. 모든 근로자가 능수능란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자 뒤쪽에 있는 대차(台車)에 자동차를 조립하는데 필요한 부품과 연장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편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시하라 호즈미 홍보담당자)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필요한 부품을 제때 필요한 만큼 조달해야 한다. 도요타가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식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방을 통해 부품업체와 긴밀한 협력시스템을 구축한 점도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공장이 아직 수익을 낼 수 있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 사소해 보이는 것도 개선 대상 도요타 공장을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도요타식 개선을 배우기 쉽지 않다. 실례로 모토마치 공장에선 자동차를 조립할 때 자동차 문을 달지 않는다. 작업 효율을 높이고 자동차 차체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도장 후 자동차문을 떼어내고 조립 후에 다시 달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개선 효과가 더 컸다.(가와모토 신이치 계장) 또 조립중인 차를 보면 차 앞뒤에는 분홍색 보호대를, 옆에는 초록색 보호대를 깔고 작업을 한다. 처음에는 한가지 색깔의 보호대를 사용했지만 근로자들이 작업부위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서로 다른 보호대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이밖에 2시간 작업후 갖게 되는 휴식 시간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 공장내에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깨끗한 공장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 토의를 하도록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에는 '좋은 품질은 좋은 생각에서 나온다'는 표어가 걸려 있다. 작업자들이 편안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일부 공장에서는 작업라인에 의자를 설치했다. 작업의 성격에 따라 근로자들이 앉아서 자동차를 조립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도요타식 개선은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한햇동안 회사에서 집계한 제안건수는 약 6만건. 회사측은 제안의 효용성을 따져 건당 5백엔부터 2만엔까지의 상금을 준다. 개선노력의 축적은 설비 자체 제작능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 계열사인 기후차체 호시노 회장은 "설비를 외주 생산하면 설비의 기능이 제한되는 데다 문제가 생겨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설비를 직접 만들 능력이 없으면 제작 전 설계 단계부터라도 회사가 관여해 설비에 회사의 혼을 심어야 한다는게 도요타의 개선 철학이다. ----------------------------------------------------------------- 특별취재팀 =양승득(도쿄특파원) 우종근(국제부 차장) 이익원 이심기 정태웅 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김영우(영상정보부 차장) 허문찬(" 기자) 도요타(아이치현)=양승득 특파원ㆍ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