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불확실만 키운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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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이 25일과 26일 이틀사이에 잇달아 열렸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가 어렵고 이라크 파병과 대선비자금 파문 등으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이어서 막힌 정국을 뚫을 방안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회동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무엇보다 민생경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시급한 정치현안를 다루기 위한 회동이었다고 하지만 소비위축에 부동산값 안정 등 민생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들'이 이를 뒷전으로 미룬채 정쟁에 몰두한 셈이다.
이 때문에 "'경제 살리는데 함께 힘을 모으자'고 말하는 것이 대통령과 정당대표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불안한 정국현안에 대해 큰 가닥을 잡은 것도 아니다.
대선자금과 재신임 국민투표 등 어느하나도 의견이 모아진 게 없다.
노 대통령과 4당 대표는 각기 자기 입장을 개진하기에 급급했다.
회동후 야당측은 청와대를,청와대측은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발생했다.
여러가지 국가적 불안요소를 해소함으로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자리가 되기는 커녕 정치 지도자들이 오히려 앞장서 불확실성을 키운 꼴이 돼버린 것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중 한 곳이 "(재신임투표 등에 대한)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터다.
노 대통령과 4당대표는 지난 13일에도 만났다.
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이뤄진 만남에서 노 대통령과 4당 대표는 생산적인 대화보다는 재신임투표 등을 놓고 설전만 벌였다.
이렇다보니 "그럴거면 뭐하러 만나느냐"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고 말로만 되뇌일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작은 실천을 선행하는 게 지도자들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제발 싸우지나 말았으면 좋겠다"는 국민들의 소박한 바람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