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익는 마을" 장성은 이맘때면 총천연색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온 산을 홍엽으로 물들인 애기단풍,길 따라 고개 숙인 은빛 억새,연보라색 들국화와 가지마다 빼곡히 매달린 주황색 감들이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한 폭의 파스텔화를 연출한다. 여기에 삼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뻗어 있는 축령산 휴양림엔 아직도 진록의 푸름이 그대로 남아 또 하나의 색채를 더한다. 내장산국립공원의 남쪽 자락인 전북 장성군 백양사의 단풍은 선명한 붉은 색으로 이름 높다.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마젠타 100'에 가깝다. 이곳의 독특한 기온이 그토록 고운 색을 만든단다. 단풍 크기도 예사롭지 않다. 어른 엄지손톱만한 것부터 어린애 손바닥 크기까지 모두가 앙증맞다. 그 작은 잎을 마주하는 순간,누구에겐가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일어난다. 백양사 입구에는 한봉마을이 있다. 순 한국식으로 벌을 기르는 마을이다. 한봉은 양봉과는 벌통부터 다르다. 마치 탑을 쌓아 놓은 듯하다. 한봉 꿀은 1년에 한번만 채취한다.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 모든 꽃에서 모아 온 꿀이 한데 담겨 있다. 한봉 꿀은 다소 비싼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 마을 한봉운 이장은 "꿀은 차가워지면 뭉치는 게 진짜"라며 "예전엔 겨울날 꿀단지를 던지면 단지는 깨져도 꿀은 덩어리 채 그대로 남아있어야 인정받았다"고 설명한다. 장성군은 곶감으로도 유명하다. 북하면 일대는 감의 주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의 감은 대량 재배한 인공(?) 감이 아니다. 동네 밭고랑 주변,산 어귀에서 자란 자연미 물씬 나는 감이다. 재료가 좋으니 곶감도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옛 할머니들이 손자에게 주던 가장 가치 있는 선물 곶감은 이 마을에서만 한해 3만5천접 이상이 출하된단다. 가을 분위기가 익어가는 장성의 또 다른 볼거리는 성하의 푸름을 그대로 간직한 축령산 휴양림이다. 주변은 이미 가을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도 이곳은 계절도 잊은 채 언제나 푸르다. 숲 가운데서 올려보면 빼곡히 들어선 삼나무들이 끝이 닿을 듯 솟아 있다. 그 속을 천천히 거니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기가 온몸에 절로 충만해지는 듯 싶다. 장성=글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