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처녀 '선녀'의 눈으로 90년대 한국의 밑바닥 자화상을 보여줬던 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2천회를 맞이한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동명 뮤지컬(원제 Linie Eins.리니에 아인스)을 한국식으로번안, 지난 1994년 5월 첫선을 보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번안.연출 김민기)이오는 11월9일로 2천회 공연을 맞는다. 설경구 방은진 조승우 장현성 황정민 배해선 등 영화.연극.TV드라마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들을 포함해 그간 「지하철 1호선」을 거쳐간 배우만 104명. 지금까지 45만 2천여명이 관람했고, 입장료 수익이 56억원이다. 출연진에게 러닝개런티.최소개런티를 보장하는 서면 계약 시스템과 철저한 라이브 반주, 첨단 음향 시스템 등 이제까지 공연계 관행과는 거리를 둔 제작 방식도 공연계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 2천회를 넘긴 장기 공연으로는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와 「넌센스」시리즈등이 있고 1천회를 넘긴 작품으로는 「용띠 위에 개띠」「라이어」등이 존재하지만,상업적인 색채를 띠지 않은 사회성 짙은 작품의 2천회 돌파는 남다르다. 학전 측에서도 이를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중. 우선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이 11월5-8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며, 2천회 기념 물품 경매도계획중이다. 「지하철 1호선」의 '골수팬'들에게 이번 독일 그립스 극단의 내한 공연은 원작과 번안본을 비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마저 독창성을 인정한 '김민기 표 「지하철 1호선」'과 통일 이전 독일을 배경으로 순진한 동독 소녀가 서베를린에서 경험하는 대도시의 편린을 담은 그립스 극단 원작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뚜렷한 줄거리가 있는 장편 비극인 한국판과 달리, 단편의 성격이 강하고 해피엔드로 끝나는 독일 원작만의 고유한 향기를 경험하는 것도 색다르다. 11월8일에는 김민기 대표와 절친한 동반자 관계인 독일 그립스 극단 폴커 루드비히 등 두 작가와 만남의 시간도 마련됐다. 이어지는 9일에는 2천회 공연을 기념해 오후2시부터 학전 그린 소극장에서 「지하철 1호선」물품 경매도 펼쳐질 예정이다. 김민기 대표의 애장품 기타와 자필 서명이 담긴 대본집, 김민기 CD전집과 '아빠얼굴 이쁘네요' LP, 설경구의 사인이 담긴 '이창동 DVD 컬렉션', 조승우가 각종 작품에서 사용한 소품, 등을 비롯 공연과 관계된 다양한 물품들이 판매된다. 경매 수익금과 행사당일 모금한 금액은 노숙자.외국인 이주 노동자.탈북자 등「지하철 1호선」의 실제 주인공들에게 전달된다. 자세한 문의는 ☎763-8223.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