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6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회생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하이닉스는 계속된 적자 행진, 높은 부채비율에다 올들어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고율의 상계관세부과 결정까지 얻어맞는 설상가상의 상황이었지만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원가절감에 주력한 것이 주효,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 가격 상승과 원가절감이 요인 = 하이닉스는 3.4분기 해외법인 연결기준으로 1천30억원의 경상이익과 9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 데 2.4분기 큰폭의 적자에서 소폭이지만 흑자로 전환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이닉스측은 하반기 들어 반도체 D램 가격이 상승세를 탄 데다 생산량 증대를 통한 원가 절감,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증가로 실적향상을 거둔 것으로 자체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3월만해도 D램 현물시장의 256메가 DDR 가격은 월 평균 3.28달러였지만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타 지난달에는 전문가들이 하이닉스의 256메가 D램의 손익분기점으로 지적하는 5달러대까지 치솟았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판매가격은 현물시장보다 10-20% 정도 높았고 하이닉스는 2.4분기와 비교해서 20% 정도의 판매가격 상승 효과를 봤다.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노력에 따른 원가절감도 큰 기여를 했다. 기존 설비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블루칩 프로젝트'가 꾸준히 효과를 거뒀고 최근 0.18미크론급 고전압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0.13미크론급 기술에 주력하는 등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이 수익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상계관세가 시장에서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유진공장의 활용도를 높이고 아시아 각국으로의 우회수출이 큰 효과를 봤으며 일본과 대만이 상계관세부과 추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도 하이닉스의 살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 '하이닉스 살아나나' = 하이닉스의 흑자전환은 미국의 마이크론이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독일의 인피니온도 3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향후 경쟁관계에서 일단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올 연말 크리스마스 특수를 거쳐 내년에는 반도체나 IT경기가 완전히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하이닉스로선 꾸준한 자구노력만 병행할 수 있다면 회생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해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D램 현물가격이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고정거래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데다 특별한 악재가 없어 4.4분기에도 3.4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흑자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신규 투자여력이 없어 장기적으로 완전한 회생이 가능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 D램 가격이 내년에도 계속 하이닉스의 회생을 뒷받침해줄지도 미지수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로선 원가절감 노력을 배가해야 하며 비메모리 매각의 조속한 추진, 플래시메모리의 조기 양산 등이 꾸준히 이어져야 회생의 길이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