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美기업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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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오랜 관습 때문에 집에 들어오면 신발부터 벗지만 이곳 미국 사람들은 잘 때 외에는 신발을 벗지 않는다.
집을 수리하러 온 기능공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규정상 벗을 수 없다며 함선만한 구둣발로 온 방을 휘젓고 다녔다.
어떤 미국인은 신발을 벗으라는 요구를 속옷을 벗으라는 요구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요가가 미국 사회에서 널리 확산되기 어려웠던 점은 바로 신발을 벗어야 하는 이유가 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가를 배우러 온 어떤 미국인이 신발을 벗으라는 한마디를 듣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다고 한다.
그러한 요가이지만 요즘 미국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적극 권장한다고 한다.
뉴욕에 있는 카츠 미디어 그룹은 직원들이 요가를 즐길 수 있도록 별도의 요가 룸까지 만들었다.
직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기업들이 동양의 전통 수련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직원들의 건강증진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기업의 의료보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깔려 있다.
얼마전 미국 언론에 전화회사인 스프린트에 관한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이 회사가 캔자스 시티 교외에 세운 새 건물에 관한 내용이었다.
새 건물인데도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 직원들이 아예 계단으로 올라다니고 헬스 센터는 사무실에서 7백~8백m나 떨어져 있는데도 주차할 수가 없어 걸어 다녀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음모라는 튀는 제목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의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스프린트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직원들의 비만은 각종 질병을 초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의료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킨다.
스프린트가 첨단 건물에 어울리지 않게 굼뜬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도 그러한 우려 때문이었다.
요가, 걸어야만 올라갈 수 있는 첨단 건물. 미국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