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低價)ㆍ실속형' 창업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물론 불황이라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쉽사리 내려가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품질에 비해 저렴하고 실속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저가, 실속형' 브랜드들은 이런 흐름을 읽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 하다. ◆ 싸다고 다 비지떡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가격파괴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당시 가격파괴점들은 박리다매를 노렸지만 실제 다매(多賣)는 안되고 수익폭만 줄어들었다"며 "이런 부담이 품질저하를 가져왔고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저가, 실속형 아이템들은 과학적인 운영과 상품설계, 영업전략 등으로 원가를 줄였다"며 "품질은 가격과 관계없이 정상가 제품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 이래서 저가, 실속형 가능하다 먼저 24시간 운영을 통해 판매량을 늘리고 리스트럭처링으로 비용을 줄인 경우다. '24시간 운영, 1천원짜리 김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맛밥김밥'은 가격에 비해 신선한 재료를 사용, 맛을 한단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달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여기서 줄인 경비를 맛과 품질향상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1천원짜리 김밥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한 것도 적중했다. 전주남부식 콩나물국밥 전문점인 '완산골명가'도 24시간 운영한다. 가장 중요한 육수를 티백처리해 맛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이런 이유로 주방 인력이 적게 들어 값싼 콩나물국밥을 제공할 수 있다. 값이 싼 대신 양은 그리 후하지 않은 영업전략을 쓰는 곳도 있다. 카페형 포장마차 주점 '섬마을이야기'는 '회 한 접시에 7천원'이란 카피로 유명하다. 1만원 이하의 다양한 메뉴도 인기다. 그러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단위 품목당 판매가격은 낮아도 테이블 단가(한 테이블에서 발생한 매출)는 다른 주점과 비슷하다. 점포 크기를 줄여 저가형으로 개발된 배달 및 테이크아웃 전문점도 한 예다. '팔도해장국'은 일반 해장국집에서 4천5백∼5천원하는 해장국을 3천5백원에 배달해준다. 일식도시락 배달점인 '홈벤토'도 같은 컨셉트다. 일반 일식집에 비해선 절반가격, 간이 일식집보다는 20∼30% 저렴하다. '이지은 레드클럽'이란 뷰티숍은 고객수를 늘리면서 가격 거품을 제거했고 첨단 기계를 도입, 인건비를 대폭 떨어뜨려 값싸고 경쟁력있는 피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스트오피스'같은 사무용품 할인점은 중간유통단계를 없애고 대량구매로 가격결정을 주도, 시중가보다 20∼50% 싸게 판매한다. ◆ 복고풍, 리모델링 바람도 한몫 경제가 어려울수록 마음만은 따뜻했던 옛 기억을 되살리는 곳이 각광받게 마련이다. 곰장어(먹장어) 전문점과 치킨호프점은 복고풍 프랜차이즈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곰장어의 경우 객단가(한사람이 구매하는 가격)가 1만원선으로 보쌈이랑 비슷한 가격"이라며 "복고풍 사업은 심리적으로 싸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실제 가격수준과 관계없이 많이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욕실' 등 욕실재생 전문업체도 재시공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알뜰주부들을 공략하고 있다. 타일 보수와 세척 작업, 실리콘 처리 등을 통해 새 욕실로 변모시켜준다. 인테리어 업체와의 제휴도 부가 수익창출에 도움을 준다. '새롬터'란 가죽수선점은 구두 핸드백 자켓을 새것처럼 리폼해 주고 원하는 색상대로 염색까지 해준다. ◆ 무엇을 할 것인가 결국 나름대로 가격 경쟁력을 개발한 저가, 실속형 아이템을 고르는게 가장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밝히고 있는 원가절감이나 영업전략이 실제 점포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귀찮을 정도로 현장을 조사해야 한다. 저가, 실속형 아이템이라고 해서 창업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인테리어나 제품 품질을 기존 경쟁점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