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권위의 정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마련한 국제정책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과정은 여러 측면에서 여느 국내 MBA 프로그램과 구별된다. 우선 학생 구성이 다양하다. 대학을 막 졸업한 젊은 학생들이 주축인 일반 MBA 과정과 달리 KDI 프로그램은 학생 대부분이 기업체 중견 간부나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 딜로이트컨설팅 HSBC 오라클 등 세계적인 기업체 직원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학생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 만큼 수업도 생생한 현장·사례 중심이다. 팀 단위 숙제가 많기 때문에 함께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2001년 볼보코리아에 재직하던 중 KDI 대학원 MBA 과정을 마친 칼 삭스씨(41)는 "한국기업의 중견 간부들과 사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친분을 쌓으면서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스웨덴문화를 한국인에게 알리는 '문화 교류'의 장도 됐다고 덧붙였다. MBA 과정의 수업 분위기는 어떨까.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학생을 무색케 할 정도"라는 게 KDI측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설립 6년 만에 'KDI 대학원은 독한 마음을 먹고 공부해야 하는 곳'이라는 악명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강도 높은 수업 덕분에 기업 출신 학생들이 회사로 복귀한 뒤 맹활약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으며 대학 졸업과 함께 입학한 젊은 학생들이 매킨지 등 일류 기업에 취직했다고 강조했다. KDI 대학원 MBA 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우수한 교수진을 바탕으로 경제·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선 경영전략 마케팅 재무·금융 경제정책 등에서 일가를 이룬 우수한 교수진이 현장 중심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 MBA 과정 수강생이 KDI 대학원 정책학(MPP) 과정 수업도 들을 수 있도록 배려,거시경제 및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의 무역환경 등 한국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안목을 갖추도록 도와준다고 KDI측은 설명했다. 수준 높은 '교육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과 교수진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내리는 것도 KDI 대학원의 특징이다. KDI는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지만 학기마다 성적을 평가해 기준 학점에 못 미칠 경우 장학금 지급액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법으로 학생들을 독려한다. 교수들에 대해서도 매 학기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이 평가토록 함으로써 수업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부하려는 학생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는다. 컴퓨터실 학생연구실 등 대부분 시설이 24시간 개방돼 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도서관에는 전세계에서 발행되는 3백여종의 경제·경영·정치 분야 학술지와 3만여권의 서적이 비치돼 있다. (02)3299-1105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