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초 국회 상정을 앞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대학교수 등 지식인 3백여명이 14일 정부의 연금제도 개혁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재정안정을 위해 선진국 수준처럼 연금 대체율을 낮추거나 보험료 납부금액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연금이 최저생계비를 밑돌 것이라는 예상 등을 이유로 '총파업 불사'를 고수, 연금개혁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 지식인들의 '연금살리기' =서울대 박세일 교수(전 청와대 사회복지수석)와 외국어대 최광 교수(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경제 및 사회복지 분야 학자 3백2명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살리기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세대를 위해 국민연금을 즉각 개혁할 것을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용돈 연금'이란 논란이 일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경우 소득대체율을 70% 이상으로 높여도 원래 소득이 적은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며 노동계는 대안없는 반대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운동본부는 "'적게 내고 많이 타는 현 보험체계에서는 연금수준 인하나 보험료 납부액 상향이 불가피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부담은 현 세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정부는 불완전한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하고서도 바로잡지 못한 책임을 인정해야 하며 국회는 연금개혁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인기 영합주의에서 벗어나 이번 정기국회 회기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표류 중인 연금개혁 =정부의 연금법 개정안 골자는 소득의 60%에 해당하는 소득대체율(매월 받는 연금액이 평생소득의 몇 %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내년부터 55%, 2008년부터 50%로 추가 축소하는 것이다. 반면 소득의 9% 수준인 보험료율은 2010년 10.38%로 높아지는데 이어 이후 5년마다 1.38%포인트 인상돼 2030년에는 15.90%까지 올라간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정부 방침대로 연금제도가 바뀌면 연금액이 최저 생계비 이하로 떨어져 '용돈 연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노총 강훈중 홍보국장은 "정부는 연금보험료 40년 납부를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인하한다고 주장하지만 연금가입자 평균 납부기간이 20년 정도라는 현실에 비춰 현재 30%인 소득대체율은 25%로 떨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동계는 이에 따라 총파업을 벌여서라도 개정안을 저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정부ㆍ지식인과 노동계의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